"내가 낚은 마음, 한입에 맛을 아는 그림이길"…강요배 개인전

학고재서 '소소, 반색' 전시…"그림은 모르는 나를 끄집어 내는 것"
신작 회화 28점 선보여…보이지 않는 바람과 더위 풍경에 담아

박의래

| 2026-08-11 16:36:49

▲ 강요배 작 '소서'(오른쪽)와 '대서'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강요배 개인전 '소소, 반색' 전시 전경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강요배 작 '창파'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강요배 작 '남으로'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강요배 작 '녹음'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강요배 작 '해바라기-쿠르스크'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강요배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강요배 작가가 11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8.11. laecorp@yna.co.kr
▲ 강요배 개인전 '소소, 반색' 전시 전경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화면 가득 폭포가 쏟아진다. 물줄기가 빠른 속도로 아래로 떨어지고, 물방울은 화면 곳곳으로 번지고 부딪힌다. 강요배(74)의 '소서'와 '대서'다. 힘있게 떨어지는 폭포를 그렸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 더위다. 눈앞에 형상을 드러내지 않는 한여름 무더위의 기운을 담았다.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자연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생생한 '의경'(意景·작가의 상상을 통해 재구성한 풍경)을 선보이는 작가 강요배의 개인전 '소소, 반색'이 오는 12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존재를 반갑게 바라보는 태도, 자연에 대한 오랜 관찰과 경외심에서 출발한 회화 28점이 출품된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 또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화면에 끌어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음식은 한 입만 먹어도 맛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눈에 봐도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제목을 알고 그림을 보면서 즐기고 상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파'와 '영등바람'은 제주의 거친 파도를 담은 작품이다. 파도를 그렸지만, 실제 주인공은 바람이다.

영등바람은 제주에서 음력 2월에 부는 바람이다. 제주에서는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이 찾아와 땅과 바다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간다고 여긴다.

'남으로'도 바람이 주인공이다. 제주 서쪽 하늘의 석양을 배경으로 북에서 남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을 그렸다.

작가는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면 내가 대상의 종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싫다"며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한 뒤 마음에 두었다가 낚시하듯 길어 올려 화면으로 드러내는 것이 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림은 자기가 모르는 자기를 끄집어내는 것"이라며 "내 마음을 낚는 것, 그게 재미"라고 덧붙였다.

'녹음'(綠陰)은 짙은 녹색과 노란빛이 감도는 연두색이 겹겹이 포개진 작품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색이 깊어지고, 왼쪽 아래에는 밝은 연둣빛이 번진다. 계절이 깊어지면서 나뭇잎이 무성해지는 모습과 그늘의 감각이 담겼다.

작가는 "실제 숲을 그린 것이 아니라 '녹음'이라는 그 단어를 그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바라기-쿠르스크'에서는 전쟁의 비극과 회복의 가능성을 표현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인 쿠르스크는 원래 해바라기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작가는 눈 덮인 해바라기 밑에 숨어 들어간 병사들의 비극을 떠올리며 그렸다. 다만 참상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과거 동백꽃으로 고향의 역사를 그려냈듯 말라버린 해바라기로 폭력이 남긴 상흔과 생명의 지속성을 함께 드러냈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아가는 강요배는 터전의 풍광을 그려오는 작가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민중미술 동인 '현실과 발언'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고, '제주민중항쟁사' 연작을 통해 제주 4·3 사건의 역사를 화폭에 담은 민중미술 1세대다.

옥관문화훈장, 이인성미술상, 이중섭미술상 등을 받았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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