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원
| 2026-09-10 16:36:43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1974년 8월 15일 한 신문사 편집국 텔레비전에 광복절 기념식 중계가 틀어져 있다. 조용하던 회사는 느닷없는 총성 이후 화면 속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자 순식간에 전쟁터처럼 바쁘게 돌아간다.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토대로 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에서 초유의 사태 속 편집국을 지휘하는 인물은 동성일보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분)이다. 박해일은 냉철하고 유능하면서도 내면에 들끓는 분노를 감춘 베테랑 기자를 연기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일은 "기자라는 직종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해주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행사 중계가 재개된 이후 화면에서 육영수 여사가 사라졌다는 점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취재기자들을 병원과 브리핑장 등 적재적소에 나눠 배치하는 사회부장 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그는 "수직적 관계로 돌아가는 사회생활이라는 걸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디테일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신문사라는 공간에 가장 자연스럽게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은 영부인 저격 사건의 배후에 관한 진실을 좇는 이야기를 그렸다. 재환은 중앙정보부에 의한 언론탄압 속에서도 형사 철구(유해진)와 막내 기자 영일(이민호)과 함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허진호 감독과는 영화 '덕혜옹주'(2016) 이후 10년 만에 다시 작업했다.
박해일은 "'암살자(들)' 시나리오를 읽고서 '이 작품을 하려고 4년을 기다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기심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유해진과 이민호를 비롯해 정우성, 박정민, 김대명, 류혜영, 배성우 등 여러 배우가 함께한 현장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박해일은 "각자가 한 작품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배우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작품은 처음이었다"며 "앞으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영일의 친형이자 대기업 회장으로 짧게 등장하는 정우성과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박해일은 "(정우성은) 오래전부터 언젠가 한 번 만나 뵙고 싶다고 생각했던 선배"라며 "촬영장에서 만나자마자 '드디어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됐다'고 인사했다"고 웃었다.
이어 "재환이 모든 취재와 증거를 모아 결국 향하게 되는 인물이 한 회장(정우성)이어서 극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다"며 "이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추석 연휴에는 '암살자(들)'을 비롯해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인턴' 등 한국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박해일은 "코로나19 이후 영화 한 편의 개봉 기간이 길어지고 영화계가 외로워졌는데 올해 다시 한국 영화가 풍성해진 것 같다"며 "(추석에 개봉하는) 각 영화의 성격이 겹치지 않아 '좋은 상차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살자(들)'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가장 먼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추적극과 스릴러의 빠른 호흡을 따라 1970년대 신문사 안으로 함께 들어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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