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 2023-03-28 16:30:01
[한반도의 오늘] 북한의 악역전문배우 방석운…"자식들 반대도·후회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북한에도 간첩 등 악역을 전문으로 연기한 배우가 있는데 방석운이 대표 연기자로 손꼽힌다.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7일 '깊은 인상을 남긴 명배우'란 제목의 기사에서 방석운이 지난 시기 예술영화와 TV극들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 인민배우이자 주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관록있는 영화예술인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긍정역보다 생동한 부정역(악역) 형상으로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긴 그는 오늘도 자기의 이름보다 TV연속소설 '석개울의 새봄'에서 나오는 '조맹원'이라는 부정인물(악인)의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석운은 1974년 평양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한 후 조선중앙방송위원회 텔레비죤극창작단 전속 배우로 활동했다.
그는 40여년간간 수십편의 TV연속소설과 연속극, 예술영화에 출연했으며 대부분 악역을 맡았다.
방석운은 농촌의 집단농장화 과정을 다룬 동명 소설을 각색한 석개울의 새봄에서 협동농장에 잠입한 간첩 조맹원 역으로 출연해 교활하고 간교한 성격 연기를 잘 소화함으로써 인기를 끌었다.
북한에서는 한때 누군가에게 핀잔줄 때 "조맹원이 같은 사람"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인지도가 높아진 그는 '주체문학예술의 빛나는 총화작'으로 부르는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노동계급편'에서 전후 복구 시기 근로단체 조선직업총동맹(직맹) 부위원장으로 위장해 강선제강소에 잠입한 간첩역으로 발탁됐다.
'민족과 운명-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편'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이끄는 적위대와 패권 경쟁을 벌인 무장단체 치안대의 염우태 역도 맡았다.
2001년 7월 조선중앙TV에서 방영한 드라마 '갈매기'에 출연해 코믹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굳어진 악역 이미지를 바꾸지는 못했다.
조선의 오늘은 방석운이 간첩역을 계속 맡는 것에 대한 자식들의 반대로 민족과 운명 출연을 망설였지만, 전후 어려웠던 시기에 간첩 때문에 나라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것을 생각하고 역을 맡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방석운은 수기에서 "원수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영화에 출연하는 나의 이 역할상이 우리 인민에게 복수의 칼날, 계급의 칼날을 서슬푸르게 벼려주는 숫돌이 된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민족과 운명-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편'에 대해 "혁명하는 사람은 계급적 원칙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 가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위원장은 방석운에게 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명예의 '인민배우' 칭호도 부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방석운을 공화국 창건 73돌 경축 행사에 초청하고 경루동의 주택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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