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감각 붙잡은 기억의 회화…이지현 개인전 '몽환서'

임수범 '어젯밤 바라본 금빛 용의 신기루'展…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박의래

| 2026-06-30 16:24:58

▲ 이지현 개인전 '몽환서: 소란한 공백'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지현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지현 작가가 30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 '몽환서: 소란한 공백'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6.30. laecorp@yna.co.kr
▲ 이지현 '스피놀라 시간' 연작 이지현 작 '스피놀라 시간_7월 사자자리'(왼쪽)와'스피놀라 시간_12월 염소자리'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지현 작 '구조와 잔상'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임수범 개인전 '어젯밤 바라본 금빛 용의 신기루'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임수범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임수범 작가가 30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 '어젯밤 바라본 금빛 용의 신기루'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6.30. laecorp@yna.co.kr

꿈의 감각 붙잡은 기억의 회화…이지현 개인전 '몽환서'

임수범 '어젯밤 바라본 금빛 용의 신기루'展…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꿈과 기억을 회화로 붙잡으려는 화가와 신과 괴물의 경계를 탐구하는 젊은 작가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인식 너머 세계를 이야기하는 전시가 열린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다음 달 1일부터 이지현(47)의 개인전 '몽환서: 소란한 공백'과 임수범(29)의 개인전 '어젯밤 바라본 금빛 용의 신기루'를 개최한다.

이지현은 미국 뉴헤이븐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기억 속 장소와 일상의 경험을 중첩해 회화로 옮겨온 작가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어린 시절 꿈이다. 그는 어릴 적 꿈에서 본 장면을 잊지 않기 위해 언젠가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도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지만, 같은 꿈을 다시 꾸지 않는 이상 동일한 경험은 반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꿈의 내용을 재현하는 대신 기억과 망각,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감각 자체를 회화로 붙잡으려 했다.

전시 제목인 '몽환서'는 꿈과 기억, 상상과 믿음이 뒤섞인 가상의 책을 의미한다. 그는 회화를 기억을 기록하는 행위이자 망각에 저항하는 시도라고 말한다.

'스피놀라 시간' 연작은 16세기 초 플랑드르에서 제작된 채색 필사본 '스피놀라 시도서'(Book of Hours)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시도서는 하루의 일정한 시간마다 드리는 기도문과 달력, 삽화 등을 담은 중세 기도서다.

이지현은 시도서의 화면 구성과 이미지를 차용해 자신의 기억과 일상을 겹쳐 새로운 '개인의 시도서'를 만들었다. 중세 이미지와 작가의 일상, 미국에서의 삶과 한국의 기억을 한 화면 안에 뒤섞었다.

작품 전반에는 인형 도상이 등장한다. 신작 '구조와 잔상' 등의 작품에는 손으로 만든 인형을 캔버스에 콜라주 하기도 했다.

인형은 작가에게 특별한 기억의 매개다. 어린 시절 직접 인형을 만들며 놀았던 기억, 아이가 생겼을 때 인형을 만들었던 경험이 작품 속에 담겼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이자 일상의 추억과 시간이 축적된 흔적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지현은 "기억이 시간이 지나며 하나의 신화처럼 변해가는 과정에서 출발한 작품들"이라며 "작품마다 다양한 상징을 통해 경험한 장소와 기억, 일상을 기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갤러리에서 열리는 임수범의 전시는 '우리가 신과 괴물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임수범은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신인 청룡·주작·백호·현무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신은 경계 안에서는 공동체를 보호하는 신성한 존재지만, 경계 밖의 이들에겐 공동체로의 접근을 막는 두려운 괴물로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신과 괴물을 나누는 기준은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와 관점에 있다는 이야기다.

화면에 모래를 뿌리고 옅은 아크릴 물감을 여러 차례 쌓아 고분 벽화처럼 마모된 시간을 표현하고, 도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들을 표현한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임수범은 "이분법적인 구분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경계의 대상을 탐구하고, 눈앞의 환영처럼 사라질 존재들에게 물질적 지속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낯선 존재를 바라보는 사고가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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