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희생자 배·보상액 1조3천억원…과거사 관련 최대 규모

4·3특별법 개정해 내년부터 5년간 지급…아픈 현대사 해결 한발 도약
유족회 "4·3특별법 재개정 절차 고려해 대승적 수용 결단"

고성식

| 2021-10-08 16:28:35

▲ 위패봉안실 찾은 제주4·3 희생자 유가족 [연합뉴스 자료 사진]
▲ 73년이 흘렀지만 여전한 슬픔 [연합뉴스 자료 사진]

제주4·3 희생자 배·보상액 1조3천억원…과거사 관련 최대 규모

4·3특별법 개정해 내년부터 5년간 지급…아픈 현대사 해결 한발 도약

유족회 "4·3특별법 재개정 절차 고려해 대승적 수용 결단"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한국 현대사의 큰 비극인 제주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배·보상안을 유족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해 역사적인 배·보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8일 정부가 제시한 희생자 1만4천533명(현재 기준) 각 1인의 몫으로 8천960만원의 배·보상금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지급하는 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1만4천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균등하게 배상 및 보상하는 것으로, 과거사 관련 민간인 희생자에게 배상 및 보상 사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현재 기준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액은 1조3억원이 넘는다.

이는 과거 한국 정부 수립·한국전쟁 전후 시기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인정한 것을 넘어 또 다른 역사적으로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지급 과정에서 유족이 없거나 연락 두절 등의 이유로 배상과 보상이 불가능한 희생자가 있기 때문에 실제 지급액은 줄어들 수도 있다.

과거사 관련 법원 판결로 2007년 당시 울산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에 대해 1인당 1억3천200만원의 배상 판결이 있었다. 총 보상 액수는 200여억원이다.

또 제주4·3 당시 수형 생존자 18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구금 기간에 따라 8천만∼14억7천만원씩 모두 53억4천만원의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었다.

4·3유족회가 정부 배·보상안을 전격 수용하기는 했으나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3유족회는 앞서 울산보도연맹 사건의 배상 판결을 기준으로 희생자 1인당 배·보상액을 1억3천여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정부 제시안인 1인당 8천960만원은 유족회 제시안보다 4천여만원이 낮은 수준이다.

유족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 제시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배·보상안을 포함한 특별법 재개정 절차를 고려해 대승적으로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배·보상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제주4·3특별법에는 '국가는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등의 배·보상 규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한국법제연구원 및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등에 용역을 의뢰해 지급 규모 및 절차에 대한 용역을 진행했다.

앞으로 행안부는 유족회의 의견이 수렴되면 최종 용역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어 제주4·3특별법 재개정 작업을 통해 연내 입법화돼 내년부터 5년간 단계적으로 배·보상금이 지급되게 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1차 연도 배·보상금 1천810억원을 반영했다.

제주4·3특별법 재개정 과정에서 희생자당 지급하는 배·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가족·친족 등 가족관계 등록상의 대상 범위에 대한 정리도 이뤄지게 된다.

현재 행안부는 용역안을 통해 혼인 전의 민법상의 직계 범위(며느리·사위 제외)의 유족만 희생자의 배·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4·3 희생자 배·보상금 지급 방안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제주4.3특별법에 포함된 수형인에 대한 일괄재심 방안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최근 유족회 간부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수형인에 대한 선별적인 재심이 아닌 일괄재심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제주4·3특별법에는 희생자로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 등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대상은 1948년 12월 29일 작성된 '제주도 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회'와 1949년 7월 3∼9일 사이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18호' 명령서에 첨부된 자로 정했다.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은 1947년 삼일절 기념대회 당시 경찰의 발포사건 때부터 1945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군경의 진압 등 소요사태 와중에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기간 적게는 1만4천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현재 잠정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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