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호
| 2022-09-20 16:28:49
강원랜드 슬롯머신 제조사업이 폐광지 미래 담보?
"연간 200대 이상 생산하면 태백 공장 건립 본격 추진"
"만드는 것 아닌 조립…필요 공간·인력 극히 적을 것"
(태백·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랜드 슬롯머신 제조사업이 과연 폐광지역 미래를 담보할 성장동력인가?"
최근 강원랜드 머신사업실을 둘러본 지병호 연리지 미디어협동조합 편집장이 풀지 못한 의문이다.
의문의 핵심은 강원랜드 슬롯머신 제조사업의 규모다.
강원랜드는 슬롯머신 제조사업의 추진 일정을 밝히라는 태백지역 지역현안대책위원회요구에 대해 '연간 200대 이상 생산 단계에 진입하면 공장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회신했다.
지 편집장은 "강원랜드 슬롯머신 제조사업은 제품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납품받은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연간 200대를 생산하기 위한 필요 공간·인력은 극히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처럼 현재 강원랜드 직원 1명의 슬롯머신 제작 능력은 3일 동안 2.5대로 알려졌다.
결국 200대는 직원 10명의 두 달 생산량에 불과하다.
현재 강원랜드 머신사업실 직원만 실장 1명, 개발팀 12명, 판매팀 5명 등 17명이다.
◇ 총투자 50억 vs 총매출 11억…5년간 성적표 '초라'
그는 "현재 개발팀 직원만 투입해도 연간 1천 대를 생산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간 200대 생산을 위해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강원랜드의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즉 2024년 용지를 매입하고 공장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강원랜드 회신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슬롯머신 제조사업이 과연 경쟁력 있는가"라고도 물었다.
2017년부터 슬롯머신 제조사업에 뛰어든 강원랜드의 2021년까지 5년간 성적표는 총투자 50억100만 원에 총매출 10억9천만 원으로 초라하다.
투자비에는 직원 17명의 인건비를 포함하지도 않았다.
지 편집장은 "태백을 대한민국의 디즈니랜드로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2009년 설립해 8년간 500억 원만 까먹고 2017년 모든 사업에서 철수한 강원랜드 자회사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2004년 총사업비 1조5천억 원 규모로 출발했지만, 최종 사업 규모는 애초의 22% 수준인 3천261억 원으로 축소됐다.
◇ "2031년 세계 10위권 제조사 도약 목표 어디로"
강원랜드의 슬롯머신 제조사업에 대한 애초 목표는 2019년 태백 제조공장 건립, 2022년 본격 생산 시작, 2031년 생산량 1만 대·매출 5천억 원·순이익 2천억 원으로 세계 10위권 제조사 도약이었다.
그러나 현재 목표는 '2024년 태백 제조공장 용지 매입 추진 및 연간 200대 이상 안정적 생산 유지 시점에 제조공장 설립 추진'으로 대폭 후퇴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20일 "연간 35만대의 슬롯머신 세계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하고 있고, 부품 개발 등 연관 산업 발전에 따른 생산·고용 유발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랜드 슬롯머신 제조사업은 아직 진입단계이지만, 소프트웨어 및 부품 국산화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에 주력하면 아시아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 공략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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