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울산 1호 동네지킴이 반려견 '파미' 출동…취객 냄새 맡기도

처음엔 주인만 보다가 곧 방범순찰 적응…어두운 골목길 구석구석 누벼
'우리동네 지켜주개' 순찰대 출범…주민들 "듬직해 보여…방범효과 클 듯"

장지현

| 2023-05-17 14:33:26

▲ 기념사진 촬영하는 울산 반려견 순찰대 [촬영 장지현]
▲ 울산 1호 동네 지킴이 반려견 파미 [촬영 장지현]
▲ 울산 1호 동네 지킴이 반려견 파미 [촬영 장지현]
▲ 울산 1호 동네 지킴이 반려견 파미 [촬영 장지현]
▲ 울산 1호 동네 지킴이 반려견 파미 [촬영 장지현]
▲ 기념사진 촬영하는 울산 반려견 순찰대 [촬영 장지현]

[르포] 울산 1호 동네지킴이 반려견 '파미' 출동…취객 냄새 맡기도

처음엔 주인만 보다가 곧 방범순찰 적응…어두운 골목길 구석구석 누벼

'우리동네 지켜주개' 순찰대 출범…주민들 "듬직해 보여…방범효과 클 듯"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파미'를 우리 마을 반려견 순찰대 제1호로 위촉합니다."

16일 오후 7시 40분 울산 중구 반구2동 주민센터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방범순찰사업 '우리동네 지켜주개' 반려견 순찰대 출범식이 열렸다.

견주 박혜숙(54)씨와 반려견 '파미'에게 임명장이 수여되자 출범식에 참석한 자율방범대원, 주민자치위원, 파출소 경찰관, 주민센터 직원 등 20여 명이 활짝 웃으며 축하해줬다.

박수 소리가 들리자 신입 방범대원 3살짜리 암컷 셰퍼드 파미는 귀를 쫑긋 세운 채 분홍빛 혀를 드러냈다.

임명장을 받은 파미는 곧바로 반구2동 자율방범대 야간 방범순찰에 투입됐다.

대원들과 똑같은 형광 조끼를 입고, 경광봉과 빛이 나오는 목줄을 두른 채 길을 나섰다.

처음에는 방범대원들 사이에서 걷는 것이 어색한 듯 주인인 박씨 움직임만 눈으로 좇았지만, 이내 적응해 길 구석구석을 킁킁거리며 누비기 시작했다.

파미와 자율방범대원들이 오후 8시부터 1시간가량 순찰한 반구2동 일대는 곳곳에 어두운 골목길과 이면도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둡고 좁은 이면도로들을 구석구석 열심히 살피던 파미는 인적이 드문 장소에 행인이 지나가자 빤히 쳐다보거나, 큰길에 취객이 앉아있자 다가가서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강아지 용품 가게 앞을 지나갈 때는 간식을 사주길 바라는 듯 멈춰서기도 했지만, 한 골목 한 골목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다.

파미를 마주친 반구2동 주민들은 대체로 '든든하다', '귀엽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형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한 주민은 "이 시간에는 동네가 어두컴컴하기도 하고 무서운데, 파미가 운동도 잘 된 것 같고 듬직해 보여서 좋다"며 "동네 치안에도 기여하고 대형견에 대한 선입견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람만 다니는 것보다 방범 효과가 클 것 같다"고 기대했다.

셰퍼드는 키 55∼66㎝, 체중 34∼44㎏에 달하는 중대형견이다.

운동량이 많고 호기심이 왕성하며, 충성심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미는 이런 특성 때문에,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새끼 때 한 차례 파양됐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견주 박 씨는 반려견 관련 커뮤니티에서 파미의 이야기를 접한 뒤, 전라도까지 가서 임시 보호 중이던 파미(당시 생후 6개월)를 데려왔다.

박 씨는 "파미는 호기심이 많고 굉장히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른다"며 "순찰견에 적합할 것 같아 동 주민자치위에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호기심과 충성심이 뛰어난 이러한 특성이 자율방범대 활동에는 큰 강점이라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오창훈 반구2동장은 "대형견이 동네를 순찰하는 만큼 치안 강화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지시해서 구조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율방범대에 들어온 지 한 달 됐다는 주민 박중혁(51) 씨는 "파미가 우리가 하는 일과 잘 맞는 것 같다"며 "시민에게 위협적인 행동 같은 것도 없는 것 같고 성격도 꼼꼼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려견 순찰대는 현재 서울과 부산 등에서 운영 중으로, 울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동 차원에서 반려견 순찰대를 출범하는 것은 전국에서 최초라는 것이 반구2동 관계자 측 설명이다.

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반려동물 인구 1천500만 시대에 반려견이 지역사회 치안에 기여하도록 하고,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기 위해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구2동 반려견 순찰대는 1호 파미와 함께 오는 9월까지 시범 시행한 뒤, 결과에 따라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을 확대할 경우 사람을 향한 공격성이 낮고 다른 개를 만났을 때 짖지 않는 등, 강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순찰 반려견을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최주원 반구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이제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매김한 반려동물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시기"라며 "지금은 시범 단계지만 많은 주민의 관심을 받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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