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거나 혼란스러운 세상…이기봉 14년 만에 국제갤러리 개인전

황희경

| 2022-11-17 16:16:56

▲ 이기봉, 'Where You Stand Green-1'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기봉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흐리거나 혼란스러운 세상…이기봉 14년 만에 국제갤러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이기봉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흐리거나 혼란스럽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은 애매하고 몽롱하며 별것도 아니고 흐트러진 조각들로 이뤄진 환영(幻影)들"이다.

17일부터 서울 소격동과 부산의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기봉 개인전 '당신이 서 있는 곳'(Where You Stand) 전에 나온 작품들은 이런 생각들이 반영된 것들이다.

서울점의 K1관에는 익숙한 작품들이 나온다. 이기봉 하면 떠오르는 흐릿한 이미지의 안개 낀 물가 풍경 작품이다. 캔버스에 풍경을 그린 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플렉시글라스(얇은 아크릴 판)나 얇은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겹쳐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 두 이미지가 겹치고 호응하면서 안개가 낀 듯한 몽환적인 풍경이 만들어진다.

안개 낀 물가 풍경은 현실의 재현이 아닌 작가가 인식하는 흐릿한 세상들을 대변한다. 그의 작품에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물과 안개는 사물이나 존재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초월적 영역에 다가서게 만드는 요소다.

K1 전시장이 '흐린 세상'을 담아냈다면 K2 전시장은 '혼란의 방'으로 꾸며졌다.

아련하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 기존 풍경 작업과는 달리 레진을 사용해 짙은 검은색으로 차갑고 무겁게 마감한 풍경 작업은 물에 비친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거꾸로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림은 상하좌우의 개념을 뒤집는다.

작가가 대학 때부터 관심을 가진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에서 발췌한 텍스트를 더한 신작 역시 모호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신작 5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이기봉 작가 스튜디오 영상[국제갤러리 제공][https://youtu.be/Js4RqppU8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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