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수화가 만든 세계

그림들·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강종훈

| 2022-03-24 16:19:00




[신간] 산수화가 만든 세계

그림들·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 산수화가 만든 세계 = 조규희 지음.

산수화의 사전적 정의는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그림'이다. 풍경이 주로 역사화, 종교화의 배경으로 그려진 서양화와 달리 동아시아에서 산수화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산수화는 아무나 그리는 그림도 아니었다. 주로 지식인들이 그렸고, 그들이 보고 즐겼다.

한국 사회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술 작품의 효과와 그 정치적, 사회문화적 의미를 연구해온 저자가 산수화를 통해 동아시아 사회와 문화를 들여다봤다.

책은 가장 순수해 보이는 산수화가 실제로는 사심으로 빚어진 예술 장르일 수 있음을 탐구한다. 산과 물, 땅과 나무는 그대로의 자연이지만 그려진 산수에는 의도가 개입돼 있다며, 산수화가 세상에 대한 관점과 인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관여해 왔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산수화 속에서 조망된 특정 경관은 그 시점의 문화 권력을 지닌 인사들의 특정 장소에 대한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이해관계와 관련된다"며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경관을 왜, 어떻게 아름답다고 하는지, 이와 같은 질문 속에서 산수화를 섬세하고 풍부하게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해문집. 272쪽. 1만7천원.

▲ 그림들 = SUN 도슨트 지음.

미국에서 관람객에게 미술품을 설명하는 도슨트로 일하는 저자가 세계 최고 미술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대표 작품을 소개한다.

빈센트 반 고흐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까지 MoMA 소장품을 설명하면서, 소장품은 아니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작품들도 함께 실었다.

작가와 작품 중심 해설에서 벗어나 MoMA가 작품을 소장하게 된 배경,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가치와 가격 등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전한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에드워드 호퍼의 '주유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공을 든 소녀' 등 다양한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나무의마음. 344쪽. 1만9천800원.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설은아 지음.

전시장에 여러 대 다이얼 전화기가 놓여있다. 수화기를 들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전시장 한쪽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사람들이 남긴 목소리가 녹음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2018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관객 참여형 전시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전시에서 약 10만통의 목소리가 기록됐다.

전시를 기획한 저자가 이 중 우리 삶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익명의 통화 450개를 엮었다. 인생이 힘들다며 악을 쓰는 사람, 엄마를 부르고 울기만 하는 사람,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성 소수자, 상사 욕을 하는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남긴 사연이 이어진다.

저자는 한국 최초로 칸 국제광고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디지털 광고 전문가 출신으로, 20년간 하던 일을 떠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수오서재. 348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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