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우
| 2021-11-17 16:15:45
'정청래 사과요구' 조계종 돌연 '참회의 1천80배'…"출당시켜라"
이재명·송영길 대리사과에도 정청래 반응 없자 "오늘날 불교 성적표"
여권에 '불쾌 메시지' 전달 관측…종단 대응 놓고 내부 비판도 커져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불교계가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사과를 거듭 요구했으나 반응이 없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간부급 승려 50여명은 1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정청래 의원이 1천700년 민족문화유산을 폄하, 비난, 모욕한 발언에 대해 우리가 먼저 성찰하며 국민들께 참회한다"며 1천80배에 들어갔다.
이들은 발원문에서 "당 지도부와 대통령 후보의 사과에도 정작 당사자는 우이독경식으로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아 뜻있는 이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오늘날 한국 불교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에 대한 성적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족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가치를 선양하겠다고 약속하는 정당과 후보가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도록 하고, 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훼손하는 이들이 권력과 명예를 얻을 수 없게 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정청래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늘의 참회정진을 통해 저희는 불교 혁신과 발전, 세상일에 참여하는 일에 다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던 과거와 아프게 결별하겠다"며 "오늘 우리가 흘리는 땀방울이 불교 재건의 거센 강물로 흐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간부 승려들이 집단으로 참회에 나서기는 올해 두 번째다.
이들은 지난 3월 전북 정읍의 천년고찰인 내장사 대웅전이 승려 방화로 전소하자 이에 대한 공개 사죄의 의미로 1천80배를 올린 바 있다.
이날 참회를 두고는 종단 안팎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 사과와 참회를 요구했던 총무원 승려들이 도리어 성찰을 이유로 먼저 1천80배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당 대선후보의 대리사과에도 여전히 불편하기만 한 불교계 속내를 공개적인 1천80배를 통해 표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정청래 발언'을 둘러싼 종단 내 불만이 간부 승려들의 집단 참회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개회한 중앙종회에서는 정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에 대한 총무원 대응이 크게 부족했다는 질타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총무원 간부 승려들이 책임지는 모양새로 1천80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참회에 참여한 간부 승려 중 부·실장급 10여명은 총무원장 원행스님에게 집단 사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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