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형주
| 2021-12-07 16:15:48
"캠핑 낭만 '불멍' 즐기다 잠들면 악몽"…일산화탄소 노출 실험
부산소방본부·부경대 실험…중독되면 두통·메스꺼움, 사망까지
숯, 무시동 히터, 등유 난로 모두 위험…텐트 환기구 확보해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겨울철 캠핑을 하러 갔다가 등유 난로를 켜고 '불멍'을 하던 A씨는 깜박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매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보이며 깼다.
곧바로 응급실로 향한 A씨는 그때서야 자신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겨울철 캠핑이나 차박족이 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에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경대학교는 7일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합동 실험을 했다.
먼저 밀폐된 1인용 텐트 안에 숯을 활용하는 화로를 넣어두자 10초 만에 일산화탄소 주의 경보음이 울렸고 2분 만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2천ppm까지 치솟았다.
농도 2천ppm은 2분 만에 의식불명 상태가 될 수 있는 일산화탄소 수치다.
겨울철 캠핑 시 일명 '불멍' 효과가 있어 가장 많이 쓰이는 등유 난로를 밀폐된 텐트에서 켜자 35분 만에 일산화탄소 수치가 43ppm을 기록했다. 50분이 지나자 산소 농도가 14.7%까지 낮게 측정됐다.
산소농도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호흡과 맥박이 증가하고 두통과 매스꺼움을 동반한다.
차박 때 많이 쓰이는 무시동 히터도 위험하기 마찬가지였다.
캠핑카 운행 중 진동 등 영향으로 배기구 접속부에 배기가스 누출을 가정한 상황을 연출했을 때 약 10분이 지나자 산소농도가 안전한계인 18%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조건에서 2구형 이동식 부탄연소기도 실험 70분 만에 일산화탄소 수치가 두통을 느끼는 정도인 253ppm까지 치솟았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는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기체로 무취·무미·무색·무자극 특성이 있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는 것을 인지하기 어려우며, 2천ppm에 도달하면 1∼2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 11월 경남 합천에서 캠핑객 2명이 LP가스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의해 질식 사망했으며 지난 5월 강원도 횡성 캠핑장에서도 일가족 3명이 일산화탄소에 질식 사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캠핑장 안전사고 195건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는 60건으로 30.8%를 차지했다.
강상식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 담당은 "캠핑용 난방기구 사용 시 가스 중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텐트 환기구를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숯을 이용한 화로 사용은 절대 금지된다"며 "안전한 캠핑을 위해서는 화로는 텐트 밖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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