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꿈꾼 박제가의 실학서·전염병 연구한 허준 흔적, 보물됐다

국가유산청, 총 9건 지정…삼척 흥전리 출토 청동정병 등 주목

김예나

| 2025-09-04 09:10:10

▲ '박제가 고본 북학의'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벽역신방'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좌상 및 복장유물'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강화 전등사 명경대'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혁 꿈꾼 박제가의 실학서·전염병 연구한 허준 흔적, 보물됐다

국가유산청, 총 9건 지정…삼척 흥전리 출토 청동정병 등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의 대표 저서, 허준(1539∼1615)이 편찬한 의학서 등이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박제가 고본 북학의'와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 '벽역신방' 등 총 9건의 문화유산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4일 밝혔다.

박제가의 '북학의'는 1778년 청나라 북경을 다녀온 뒤 국가 제도와 정책 등 사회·경제 전 분야에 대한 실천법을 제시한 지침서로,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서로 여겨진다.

각종 기물과 관련한 개혁법, 제도·정책적 개혁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번에 보물이 된 수원화성박물관 소장 자료는 작성 시기가 초기본에 가장 가깝고, 박제가가 친필로 쓴 원고로 만든 책인 고본(稿本)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책에는 '열하일기'로 잘 알려진 박지원(1737∼1805)이 쓴 서문도 남아 있다. 두 역사적 인물이 직접 쓴 글씨가 함께 남아 있는 희소한 사례로 꼽힌다.

전남 구례 화엄사의 벽암대사비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불교 중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벽암대사(1575∼1660)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승려 비석이 많이 건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세워진 드문 사례로, 처음 건립된 이후 현재까지 원래 위치에서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벽역신방'은 1613년 허준이 왕의 명령으로 편찬한 의학 전문 서적이다.

광해군(재위 1608∼1623) 대에 유행했던 당독역(성홍열로 추정)에 대한 허준의 경험, 이론적 견해, 치료법 등이 정리돼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동일 판본이 몇 권만 확인되는 희소한 자료"라며 "전염병 연구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다른 판본과 달리 개인에게 내려준 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학술 가치가 큰 서적과 불교 문화유산도 보물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송나라 때 편찬한 선종 전적을 목판으로 찍어낸 '대혜보각선사서', '예기'에 주석을 단 유교서 '예기집설 권1∼2' 등이 각각 보물이 됐다.

1351년 조성된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좌상 및 복장유물'은 제작 연대가 명확하고 고려 후기 불교 조각의 양식과 도상을 밝혀주는 기준작으로 평가받는다.

관음과 지장보살의 조합을 조각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례로도 주목된다.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조각승으로 이름을 알린 승호(勝湖)가 주축이 돼 1681년 완성한 불상으로, 31구의 존상이 남아있다.

17세기 이후 시왕상, 나한상 등 수량이 많은 조각을 만들 때 자주 쓰인 불석(佛石·제롤라이트)으로 제작됐으며, 완전한 구성을 유지해 눈여겨볼 만하다.

사자의 등에 홈을 파고 거울을 꽂도록 한 불교 조각 '강화 전등사 명경대', 2016년 강원 삼척의 한 절터에서 발견된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도 보물이 됐다.

청동정병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땅속에 있었음에도 큰 파손 없이 원형 그대로 출토돼 통일신라시대 정병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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