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연
| 2022-06-08 16:09:06
'브로커' 배두나 "아이들은 나보다 나은 세상에 살았으면"
"내 역할보다 작품 자체가 우선…고레에다 감독 '넘버원'"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나보다 어린 사람들, 아이들은 저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즘 그런 작품이 끌리기도 해요. 시행착오나 생각의 전환, 반성이랄까. 한번 짚고 넘어가는 작품을 요즘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배두나는 최근 몇 년 사이 형사사건을 매개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유독 많이 했다. 지난달 칸영화제에 초청된 '브로커'의 수진과 '다음 소희'의 유진은 모두 형사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도 형사 역할로 사건을 추적했다.
8일 화상으로 만난 배두나는 "경찰 역할을 딱히 선호하지는 않는다. 감독님들이 저를 그렇게 쓰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도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소재를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배두나는 20대를 지나면서 자신의 역할보다 작품 자체를 먼저 본다고 했다. "어떤 작품 안에 내가 있고, 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봐요. 그러다 보니 공교롭게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심지어 '브로커'와 '다음 소희'에는 그녀의 전사(前史)가 나오지도 않아요."
'브로커'는 아기판매 브로커 일당을 쫓는 형사 수진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수진은 자기 사연을 이야기하기보다, 관객과 영화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간혹 독백을 통해 영화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배두나는 스크린에 묘사되지 않는 수진의 개인사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아이를 한번 낙태한 여자예요. 그게 마음 한 켠에 계속 남아있고,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합리화하면서 살아온 여자로 접근했어요."
배두나는 '친한파'로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가장 가까운 한국배우다. 2009년 '공기인형'으로 맺은 인연이 14년째다. 배두나는 '브로커'로 다시 만난 고레에다 감독을 두고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고, '공기인형' 때부터 '넘버원'이었다"고 말했다.
"'공기인형'을 찍을 때 감독님께 많은 도움과 애정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이번에 한국 배우·스태프들과 한국에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제가 받은 만큼 해드리고 싶었죠.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스태프를 존중하는 모습, 연기 디렉팅 모두 예전과 정말 똑같으셨어요."
배두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리벨문'을 촬영 중이다. 그래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두 편이나 초청됐는데도 칸영화제에 가지 못했다. 심지어 완성된 영화를 아직 보지도 못했다.
배두나는 "한국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두 영화가 함께 칸영화제에 초청돼 저에게는 특별한 해"라며 "제가 아마 한국에서 가장 늦게 영화를 볼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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