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 2026-01-27 16:06:48
'70대' 김창완의 삶과 노래…"청춘이나 임종 때나 시간은 공평"
밴드로 10년 만에 신곡 '세븐티'…"나라는 허울서 벗어나고파, 안주하지 않겠다"
내년 데뷔 50주년…"막내 세상 떠나며 산울림도 사라져…김창완밴드로 유업 이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늘도, 또 몇 달 전 막내 노래 '세븐티'(Seventy)가 나오던 그날도 다 똑같이 소중한 하루죠. 여러분과 함께 있는 이 순간도 곡이 탄생하는 순간만큼 영광스럽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싱어송라이터 김창완(72)이 김창완밴드로는 10년 만의 새 싱글 '세븐티'를 27일 발표했다.
내년 데뷔 50주년을 앞둔 그는 70대에 접어들었어도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며 신곡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녹여냈다.
김창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세븐티'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간과 내가 임종을 맞이할 시간은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너무나 공평하다"고 자신의 시간관을 밝혔다.
그는 "'세븐티'라고 하니까 노인의 회한으로만 받아들일까 봐 걱정됐다며 "청춘의 시간, 혹은 우리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강조하고 싶었다. 각자가 가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싱글에는 김창완이 삶을 담담하게 되돌아본 타이틀곡 '세븐티'와 수록곡 '사랑해' 두 곡이 담겼다.
김창완은 솔로로는 지난해 11월 미니앨범 '하루'를 내는 등 꾸준히 노래를 발표했지만, 김창완밴드로 신곡을 선보이는 것은 2016년 '시간' 이후 10년 만이다.
'세븐티'는 6분이 넘는 곡으로, 포크, 발라드,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록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다. 무심하게 읊조리는 듯하면서도 짙은 호소력을 지닌 보컬이 돋보인다.
김창완은 '세븐티'에서 '일흔 살이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네 / 언덕 내려가 빵집을 지나 동네 입구 널려있는 술집들처럼 / 내가 걷던 길에 칠십년이 있었네'라며 정겹고도 소박한 언어로 삶을 반추했다.
그는 "이번 노래 제목을 '칠십' 혹은 '일흔살'로 할까 하다가 너무 '노인네'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 '세븐티'로 했다"며 "이 노래를 만들다 보니 과거 풋내나던 노래 '청춘'(1981)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청춘'의 가사를 쓸 때만 해도 젊은 시절 주워들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썼어요. '청춘이 지나가면 아쉬워 지겠지'라는 당시의 발상은 풋내나지만 귀여웠죠. 제가 가진 시간관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세븐티'에 담긴 시간과 서른쯤에 만든 '백일홍'의 시간도 많이 다르거든요."
수록곡 '사랑해'는 흥겨운 팝 록 장르의 곡으로, 방배중학교 학생들이 코러스로 참여해 행복한 분위기를 더했다. 가수 지드래곤과 같은 콘서트에 출연한 그가 '떼창'에 감명을 받아 만든 '떼창용 곡'이다.
김창완은 "거친 변성기 아이들의 목소리도 예쁘게 느껴지더라"며 "아이들과 녹음하고 같이 자장면을 먹었는데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지난 1977년 형제들과 꾸린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한 김창완은 내년이면 활동 50주년을 맞는다. 그는 음악, 연기, 집필 활동, 라디오 진행 등으로 예술 세계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데뷔 반세기를 앞둔 소감을 묻자 "막내(故 김창익·2008년 별세)가 세상을 떠나면서 산울림은 더 이상 없다고 했기에 저는 산울림 50주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며 "대신 산울림의 음악 정신을 충분히 가진 저희 밴드(김창완밴드)가 그 유업을 잘 이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제가 작곡을 하든 캔버스 앞에 있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라는 허울이나 편견을 걷어내는 것이다. 자신을 침잠하듯 가라앉히는 것을 제일 먼저 한다"며 "루틴에서 벗어나는 순간 곡이 써지기도 하고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창완은 반세기 음악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같은 자리에 잠자리를 펴지 않는다는 '유목민'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의 나에게 안주해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산울림이 저의 모태인 것은 틀림없지만, 거기에만 앉아있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주목하는 후배 가수로 지드래곤, 이승윤, 밴드 터치드를 꼽으며 "제가 가고 싶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로, 이런 후배들이 제게 희망을 준다"고 했다.
김창완은 지난 49년간 싱어송라이터 가운데서도 유독 아이들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산울림 시절에는 여러 장의 동요 앨범을 내 '산할아버지'나 '개구쟁이' 등의 동요 히트곡을 남겼고, 이후로도 동시집 '방이봉방방'과 그림책 '개구쟁이'를 냈다. 그는 다음 달 26일에는 솔로 동요 '웃음구멍'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신곡 '세븐티'에서도 '아이처럼 기뻐하며 사랑하자'고 노래한 그다.
김창완은 이에 대해 "어른의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어린 시절에 보낸 (순수한) 그 시간을 오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김창완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대접해드려야 하나 하다가 노래를 불러드리는 게 좋겠다 싶어 기타를 준비해 왔다"며 신곡을 포함해 '청춘', '시간', '노인의 벤치' 같은 기존 발표곡 등 연주곡까지 8곡을 라이브로 들려줬다. 그의 동생인 산울림 김창훈도 객석에 자리해 형을 지켜봤다.
김창완은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하고서 "베토벤이 31살에 만든 곡"이라며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예술혼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김창완밴드는 다음 달 7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을 시작으로 강릉·용인·익산·안산·광주·김해 등지를 도는 전국투어로 팬들을 만난다.
"코로나19 시절에 무력감을 크게 느꼈어요. '예술이, 음악이 있으면 무엇하나, 사람들이 여기저기 앓다가 죽어가는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런 무력감에서 절 건져낸 것도 음악이었어요. 그때부터 음악도, 공연도 열심히 했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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