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빛이 구현한 현존의 세계…U2·비욘세 무대 작가 첫 개인전

에스 데블린, 20일부터 푸투라서울서 전시…"거울의 미로에서 길 잃어보길"
공연 무대서 미술관으로 영역 확장…자아와 타자·인간과 비인간 관계 탐구

박의래

| 2026-08-14 16:02:16

▲ 책장이 스크린으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가회동 푸투라서울에 설치 된 에스 데블린 작 '인피니트 라이브러리'. 1만여 권의 책이 거꾸로 꽂혀 있고(아래) 불이 꺼지면 책장 위로 영상이 펼쳐진다. 2026.8.14. laecorp@yna.co.kr
▲ 에스 데블린 작 '라인 오브 라이트' [푸투라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에스 데블린 작 '미러 메이즈' [푸투라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에스 데블린 작 '스크린쉐어' [푸투라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에스 데블린 작 '다시 집으로' [푸투라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에스 데블린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 '세 번째 시: 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를 위해 내한한 에스 데블린 작가가 14일 서울 가회동 푸투라서울에 설치 된 '미러 메이즈' 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4.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방으로 들어가면 정면과 양옆을 가득 채운 책장이 눈에 들어온다. 1만여 권의 책이 제목이나 표지가 보이지 않도록 거꾸로 꽂혀 있다. 흰 종이를 스크린 삼아 에스 데블린(55)의 드로잉과 목소리가 펼쳐진다. 영상이 끝나면 두 책장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면 수천 개의 거울로 된 미로가 나타난다. 책을 통해 타인의 목소리를 만나고, 거울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마주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U2, 비욘세, 아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공연 무대를 설계한 시각예술가 에스 데블린의 국내 첫 개인전 '세 번째 시: 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가 오는 20일부터 서울 가회동 푸투라서울에서 열린다.

그는 공연에서 쌓은 공간 언어를 미술관과 공공 공간으로 확장해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안에서 함께 경험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는 데블린이 30여 년간 공연과 시각예술, 건축과 문학, 기술을 넘나들며 탐구해온 '현존'(Presence)의 의미를 풀어내는 자리다.

관람객은 데블린이 구축한 여러 공간을 이동하며 자신과 타인,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데블린은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관람객을 자기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데블린은 "이번 전시는 나와 타자는 물론 나와 다른 종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탐구하는 여정"이라며 "모든 생각과 모든 만남은 우리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킨다. 한국 관람객이 전시를 통해 무언가를 경험하고 의식의 전환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의 시작인 책을 스크린으로 사용한 '인피니트 라이브러리'를 지나면 약 1천장의 거울로 구성된 '미러 메이즈'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관람객이 자기 모습을 비추는 동시에 타자를 바라보는 공간이다. 거울 속에서 길을 잃으며 자신과 타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거울에 다가가면 자신의 모습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거울 속에서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데블린은 "자신을 보기 위해 준비된 시선으로 자기 아닌 사람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거울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어보면 좋겠다"고 했다.

'스크린쉐어'에서는 작가가 오랫동안 작업하며 쌓아온 수백 권의 스케치북이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한다.

런던의 생물종부터 아이들의 모습, 오페라와 콘서트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드로잉 위로 베트남 출신 무용가 댐 반 후인이 춤추는 영상이 펼쳐진다. 영상이 끝나면 관객은 스크린을 이루던 스케치북 한 장을 떼어 가져갈 수 있다.

데블린은 "내 작업실에 있던 스케치가 떠나 관람객들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내 스케치들이 씨앗처럼 여러 사람의 공간에 심어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시 집으로'는 인간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를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바라본다.

서울에 사는 다양한 생물의 드로잉과 목소리, 합창을 하나의 풍경으로 엮었다. 데블린은 "서울에만 5천200종의 생물종이 살아가는데 인간은 그중 한 종에 불과하다"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렉티브 포트레이트'는 관람객 참여형 작품이다. 관람객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난 사람과 마주 앉아 서로의 얼굴을 그린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초상이 쌓이며 하나의 집단 초상으로 완성된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데블린은 오페라와 연극 무대에서 출발해 시각예술과 건축으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U2, 비욘세, 아델, 켄드릭 라마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협업했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과 2022년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무대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2016년 이후에는 공연에서 발전시킨 공간 언어를 미술관과 공공 공간으로 확장해 관람객 참여를 끌어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유진 맥더모트 예술상, 런던 디자인 메달, 올리비에상 3회, 토니상 등을 수상했으며 디자인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 3등급(CBE)을 받았다.

전시는 내년 1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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