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니엘이 만든 사랑의 미로…"헤매다 진정한 감정을 마주하길"

프랑스 설치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부산 F1963 개인전
연꽃·유리·우주로 풀어낸 사랑·치유 서사…대표작 100여점 소개

박의래

| 2026-08-27 16:07:59

▲ 장-미셸 오토니엘 작 '황금 연꽃' [문화재단 1963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전시 전경 [문화재단 1963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전시 전경 [문화재단 1963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전시 전경 [문화재단 1963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전시 전경 [문화재단 1963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장-미셸 오토니엘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장-미셸 오토니엘이 27일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열린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에서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8.27. laecorp@yna.co.kr

(부산=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부산 F1963 야외 정원에 황금빛 유리벽돌로 빚은 거대한 연꽃이 피어났다.

물 위에 떠오른 듯한 연꽃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관람객을 전시장 안쪽으로 이끈다.

사랑과 상처, 치유의 서사를 펼쳐온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62)이 오는 28일부터 부산에서 여는 첫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로 유혹하는 이정표 같은 작품이다.

전시장은 반짝이는 유리 조각과 꽃, 물, 우주를 담은 작품들이 하나의 미로처럼 이어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부산을 찾은 오토니엘은 "내 작업은 자연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과 깊이 연결돼 있다"며 "전시장을 헤매며 만나는 물과 정원, 꽃, 우주와 마주하고 잠시 명상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를 바탕으로 F1963의 공간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최근 2년간 제작한 대표작 10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사랑이라는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에서 출발해 자연과 우주로 확장된다.

오토니엘은 "사랑은 감정과 헌신, 기쁨과 슬픔이 얽혀 있는 긴 과정"이라며 "전시는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법에 대한 하나의 철학이자, 그 안을 헤매는 마음의 미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로는 단순히 물리적인 미로가 아니라 마음속의 미로"라며 "관람객들이 미로 안에서 현실과 진정한 감정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푸른 강'은 약 2천 개의 푸른 유리벽돌을 이어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 위로는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등 유리 연작들이 매달려 공간을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 채운다.

그의 유리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화려하게 빛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와 불순물, 미세한 흠집들이 보인다.

오토니엘은 액체에서 고체로 굳어지는 유리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이런 불순물과 흠집을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상처와 연결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상처와 흉터가 예술을 통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대예배당 천장에 처음 설치됐던 '코스모스'와 '황도 십이궁'은 인간에서 우주로 확장되는 오토니엘의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지름 4m에 이르는 구 형태의 '코스모스'는 행성을 연상시킨다. 주변에 배치된 '황도 십이궁'은 열두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했다.

이를 통해 미시적 존재인 인간과 거시적 세계인 우주가 연결되며, 사랑과 상처, 치유라는 개인의 서사가 고립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보편적 질서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 후반부를 장식하는 '원더 블록'은 유리벽돌을 쌓아 올린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높게 솟은 유리벽돌 조각들은 마치 미로 속의 이정표처럼 자리하며, 주변 벽면에 설치된 사람 머리와 비슷한 크기의 조각들은 작품 사이를 거니는 관람객을 지켜보는 것 같다.

오토니엘은 2010년 인도를 여행하던 중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흙벽돌을 하나씩 쌓아두던 사람들을 보며 이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

오토니엘은 "벽돌은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재료"라며 "벽돌은 건축의 기본 단위이자 미래를 향해 쌓아 올리는 희망의 단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태어난 오토니엘은 199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 IX를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 등에서 공공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서울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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