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10-01 16:09:02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의 문화에 새봄이 돌아올 때면, 우리의 정음 문자는 언제라도 세계 인류의 환호를 받을 것이다."(잡지 '신민' 제19호 중에서)
1926년 11월 4일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조선어연구회(이후 조선어학회)와 잡지 '신민'을 발간하는 신민사에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반포된 지 480돌이 되는 해를 기념해 마련된 자리였다.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라고 말하면서 배운 것에 착안해 이날의 행사는 '가갸날'이라고 불렀고,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는 굳건한 마음으로 이어졌다.
최초의 '한글날' 이후 100년의 여정과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선보이는 '일구이륙 무한이륙' 특별전이다.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에서 이달 2일 개막하는 전시는 한글날과 관련된 한글문화 자료 116건(세부 수량 121점)을 모았다.
박물관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이며 우리의 삶과 정신의 뿌리"라며 "100년간 지키고 가꾸어 온 한글날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가갸날'이 오늘날 '한글날'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짚으며 시작된다.
조선어연구회 등은 1446년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을 기준으로 행사를 치렀으나, 이후 양력으로 바꾸면서 1931∼1933년에는 10월 29일을 기념했다.
그러다 1940년 한글의 창제 목적과 제자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9월 상한(上澣)'이라는 표현을 근거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새로 정했다.
상한은 한 달 가운데 1일에서 10일까지를 가리키는 말로, 1446년 9월 상한의 마지막 날 즉, 음력 9월 10일(양력 10월 9일)에 훈민정음이 반포됐다고 본 것이다.
훈민정음 반포 '8번째 회갑(480년)'을 기념하자고 제안하는 광고, 한글날의 유래와 양력 날짜 변경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은 1934년 10월 '한글' 잡지 등이 공개된다.
1945년 10월 9일 한글날을 축하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도 눈에 띈다. 1945년 10월 14일 '신조선보' 신문에는 한글날을 바꾼 사실을 설명하는 글도 남아있다.
전시는 오래전 한글을 가리키던 이름인 '가갸'도 다양한 자료로 보여준다.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글 음절표는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차례로 배열한 '가갸거겨…' 음절 배열을 새, 나무 그림 등으로 장식해 시선을 끈다.
국내외 다양한 음절표와 이를 찍어낸 목판을 살펴보고, 1920∼1930년대 당대 이름을 날린 명창이 부른 '가갸뒤풀이'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한글과 한글날의 역사를 간직한 귀한 자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1894∼1970)가 10대 후반 조선어강습원에서 중등과 수업을 마치고 받은 증서는 이번 전시를 위해 박물관이 새로 확보한 자료다.
또 다른 증서는 알파벳처럼 한글 자음과 모음을 낱개로 풀어쓴 점이 돋보인다.
주시경(1876∼1914)과 제자들이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쓴 '말모이' 원고 복제본, 조선어학회 기관지인 '한글' 창간호 등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가 1929∼1942년 작성한 우리말 사전 원고의 최종 수정본으로 가치가 크다.
'가'부터 '워'까지 한글 음절 배열 18자로 구성된 원형 글자판을 이용해 직업, 이사, 시험 등의 운수를 점쳐보는 책을 토대로 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를 '한글의 해'로 선포하고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달 7일에는 송암 박두성(1888∼1963)이 조선어점자연구회를 결성해 연구한 끝에 1926년 완성한 한글점자 체계 '훈맹정음' 반포 100돌을 기념하는 전시를 연다.
6∼8일에는 광화문에서 열리는 '한글한마당' 행사에서 한글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상품과 콘텐츠를 전시·판매하는 산업전도 열 계획이다.
임성환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많은 이들에게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나누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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