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어머니' 진서연 "미숙하지만 아들 곁 지키는 게 엄마"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명동예술극장서 재연…브렌다 역에 진서연
에반 플레이시 작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조윤희

| 2026-04-27 16:03:17

▲ 연극 '그의 어머니' 연출진과 배우들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극 '그의 어머니' 배우 진서연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극 '그의 어머니' 배우 홍선우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극 '그의 어머니' 류주연 연출, 작가 에반 플레이시 (왼쪽부터)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어머니' 진서연 "미숙하지만 아들 곁 지키는 게 엄마"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명동예술극장서 재연…브렌다 역에 진서연

에반 플레이시 작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나는 내 아들 옆에 있을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요. 그게 엄마잖아요."

배우 진서연은 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그의 어머니'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 대사 한 마디로 함축했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가택연금 된 아들을 지켜보는 주인공 브렌다를 연기하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완벽하지 않은 어머니의 고뇌를 보여준다.

실제 아홉 살 아들을 둔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작품은) 악마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 평범한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고 있다"며 "완벽하지 않고 미숙한 판단을 계속 내려가면서도 내 자식 바로 옆에서 곁을 지키겠다는 것이 작품의 주제"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립극단 달오름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관객들이 뽑은 국립극단 신작 중 '2025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선정되며 1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로 돌아왔다.

초연 당시 배우 김선영이 그려낸 브렌다를 이번 재연에서는 진서연이 특유의 도시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투영해 다른 느낌의 '그의 어머니'를 완성했다.

류주연 연출은 "초연이 어머니의 고통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등장인물 전체의 '미숙함'을 조명하며 가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더 입체적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변화를 짚었다.

이러한 연출적 의도는 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플레이시 작가는 특히 이번 작품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제목이 단순히 '어머니'가 아닌 '그의 어머니'인 이유는 작품 속에서 언론이 가해자를 '괴물'로 규정함과 동시에 그 어머니를 '괴물의 어머니'라는 사회적 틀에 가둬 그녀의 개인성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뉴스에서 범죄를 접할 때 우리는 흔히 '먼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비극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아이가 얼마나 잘 자랐는지, 그 성장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끔찍한 일은 닥칠 수 있고, 그 순간 우리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초연에 이어 냉철한 변호사 로버트 역을 맡은 배우 홍선우는 이번 공연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보탰다.

그는 "영어 제목인 '마더 오브 힘'(Mother of Him)은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키는데, 현대 사회가 가해자 어머니에게 성모 마리아와 같은 무조건적인 희생을 기대한다"며 "언론의 공격과 마녀사냥이 만연한 지금, 과연 부모가 정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지점들을 연결 지어보니 작품이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진서연과 류주연 연출은 연습 과정에서 삭제된 대사 한 구절을 언급하며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진서연은 "삭제된 대사 중 '나는 내 아들의 일부를 잃었고 그녀(피해자의 어머니)는 딸의 일부를 잃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을 감히 동일시할 순 없지만 같은 엄마로서 느끼는 고통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류 연출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그 고통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 대사가 곧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닿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출진과 배우들은 이 작품이 관객에게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거나 교훈을 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플레이시 작가는 "작가로서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강요하기보다, 부모로서 저 자신조차 답할 수 없는 복잡한 질문들을 던지고 싶었다"며 "한국 관객들이 브렌다를 동정하거나 비난하는 '양가감정' 사이에서 작품의 이야기에 대해 굉장히 깊은 사유와 성찰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미숙하지만 자식을 포기할 수 없는 어머니의 처절한 선택을 그린 연극 '그의 어머니'는 내달 17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