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르면 손바닥 그렸다"…조선시대 일상 담은 고문서 한눈에

수원광교박물관 26일부터 테마전…과부 홍씨 계약서·정조 시대 시험 답안지 등 70여 점 공개

이영주

| 2026-06-23 15:36:33

▲ 조선시대 작성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수원광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조선시대 작성된 시험답안지(시권) [수원광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 [수원광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글 모르면 손바닥 그렸다"…조선시대 일상 담은 고문서 한눈에

수원광교박물관 26일부터 테마전…과부 홍씨 계약서·정조 시대 시험 답안지 등 70여 점 공개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조선시대 고문서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고문서로 만나는 조선의 일상' 테마 전시회가 수원광교박물관에서 열린다.

23일 수원광교박물관에 따르면 이달 26일 시작하는 전시회에서는 조선 후기 문신인 이집두의 시권(시험 답안지)부터 부동산매매계약서, 혼인문서 등 70여점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전시되는 고문서 중에는 1722년 작성된 과부 홍씨의 밭 매매계약서(명문)도 포함됐다.

조선시대에는 오늘날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달리 판매 사유를 기재했다고 한다.

과부 홍씨의 경우 남편이 사망한 이후 생계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밭을 판매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매매계약서는 "훗날에 내 동생, 자손 중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 문서를 가지고서 관청에 고해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도 적혀있어 매매효력을 강조해두기도 했다.

매매계약서에는 그 이전의 거래 내역이 작성된 문서에 관한 내용도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의 '등기'와 같은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도 계약서 맨 끝에 이름을 쓰고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었는데, 양반이 아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서명 대신 손바닥을 문서 한쪽에 그려두는 식으로 자신이 거래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손바닥 그림은 손바닥 모양을 그대로 그린 것(수장)과 가운데 손가락의 첫째와 둘째 마디 사이의 길이를 재어 그림으로 그린 것(수촌) 등 다양한 방식이 전해진다.

관청 간 공문서 사이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는데, 상급 기관에 공문서를 보낼 때는 반듯한 글씨로 작성했지만, 동등하거나 하급 관청에 문서를 보낼 때는 흘려 쓴 글씨로 작성해 각 관청의 위계를 글씨체로도 나타냈다.

정조시대 문신을 대상으로 치러진 시험에서는 부정행위를 막고자 '블라인드 심사'를 하려고 한 노력이 고문서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1792년 이집두가 작성한 시권을 보면 답안지 하단 귀퉁이에 인적 사항이 적혀있는데, 이 부분을 잘라 말아 올려 끈으로 묶어뒀다고 한다. 채점자가 작성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수원광교박물관 2층 사운실에서 열리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는 무료다.

장애인과 보호자, 국가유공자, 다자녀가정 중 두 자녀 이상을 동반한 수원시민 등은 관람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매주 수요일 문화요일과 19~39세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 문화의 날(매주 금요일)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5월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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