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와바라 시세이 "한국, 사진 주제 무궁무진한 보물창고"

60여년간 한국 현대사 기록한 日사진가…다큐 '사진의 얼굴' 9월 개봉
"외국인이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촬영…남북통일 모습 찍는 게 꿈이었죠"

정래원

| 2026-08-26 15:58:22

▲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 [숨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사진의 얼굴' 속 한 장면 [숨비·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사진의 얼굴' 포스터 [숨비·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지금도 긴장이 계속되는 분단국가의 고투, 그 때문에 민중에게 강요된 가혹한 고뇌와 비애 등이 보도 사진가의 혼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일본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90)는 1960년대부터 청계천과 동두천 기지촌, 베트남 파병, 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구와바라 작가는 한국을 "사진 찍을 주제가 무궁무진한 보물 창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60년대부터 한국의 변화를 지켜봤기 때문에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모습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국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라고 하고 싶다"고 전했다.

구와바라 작가는 60여년 간 100여 차례 한국에 오가며 무려 10만 컷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온 고희영 감독은 구와바라 작가가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그의 삶과 작품들을 영화로 오래 남기기로 결심했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사진의 얼굴'은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의 생활상,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늘 의식했다고 한다.

구와바라 작가는 "특히 1960년대에는 한국인들이 일본 사람이 자기 모습을 찍는다고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며 "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 때는 각 사진에 대한 설명으로 늘 따뜻한 글을 첨부하려고 신경 썼다.

청계천 판자촌의 풍경을 촬영할 때는 함께 보도사진을 찍던 한국의 사진기자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구와바라 작가는 "한국 기자가 '한국의 가난한 모습을 찍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 눈에는 그들(판자촌 사람들)이 풍요로워 보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 청계천의 옛 풍경이 사라진 뒤 그 기자는 구와바라 작가에게 "좋은 사진을 많이 남겼다. 그때 찍어두기를 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외국인이었기에 한국 사진가들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현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었다.

구와바라 작가는 "당시 한국 기자들은 중앙정보부의 감시를 굉장히 심하게 받았고, 기사가 정부 방침에 맞지 않으면 엄격하게 다뤄졌다"며 "외국인 기자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는 60여년에 걸친 한국 사진 작업을 남북한의 통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사진을 찍기도 했던 그는 "예전에는 한국과 북한이 통일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찍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남북의 사고방식과 경제발전의 차이가 너무 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의 얼굴'은 지난해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먼저 관객들을 만났다.

고희영 감독은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가 기록한 사진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의 얼굴"이라며 "사진 한 장이 가진 힘을 스크린에서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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