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 2026-09-23 15:58:57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예전에는 '한국 미술을 좀 봐달라'고 했다면, 이제는 해외 미술관들이 먼저 찾아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AAM)에서 만난 이소영 AAM 관장과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최근 한국 미술을 둘러싼 국제 미술계의 변화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AAM은 미국에서 아시아 및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으로, 미국 최초로 한국실을 설치했고, 한국 미술 전담 학예 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1970년대부터 한국 미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해왔다.
이곳에서는 오는 25일부터 한국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의 첫 해외 미술관 회고전 '하종현: 회고전'이 열린다. 김 감독은 초청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K팝과 드라마, 음식 등 한국 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한국 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서구 관객에게 이국적이고 낯선 문화로 소비됐다면, 이제는 개별 작가의 작업과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미국 중부의 시골에서도 고추장이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한국 문화가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을 정도로 한국이 친근한 나라가 됐다"며 "미술 시장에서도 과거에는 한국 미술이 단색화 중심으로 소비됐다면, 지금은 이불이나 서도호처럼 단색화가 아닌 작가들의 작품도 각자의 예술 세계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런 관심이 일시적 유행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도 짚었다. 해외 기관과 관람객이 한국 미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과 연구를 축적하고, 젊은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활동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 미술 홍보'의 반복이 아니라 작가와 연구를 중심에 둔 장기적 기반"이라며 "한국 작가를 하나의 사조나 국적의 틀로 묶기보다 각자의 작업 언어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도록 미술계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젊은 전문가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많은 미술관이 아시아 전시실을 마련하고 담당자를 두고 있지만 정작 한국 미술을 전공하거나 공부한 전문가는 부족한 만큼, 젊은 전문가들이 한국 미술을 연구하고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이미 알려진 인사들만이 아니라 젊은 학자들이 한국 미술을 공부하고 현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기관과 학교가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미술학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5년간 재직하며 미국 최초의 한국 미술 큐레이터로 한국 미술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부터 하버드대 미술관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일했고 지난해부터 아시아미술관을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나와 미국 크랜브룩 미술대 서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0년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총감독,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 2017∼2021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로, 어머니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이 1998년 설립한 아트선재센터의 예술감독을 2022년부터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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