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 2026-08-11 15:53:29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태평양전쟁 당시 제국주의 일본 총리로 전후 A급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가 옥중에서 쓴 메모와 편지 등이 새로 공개됐다.
여기에는 자신과 일제의 만행에 대해 후회하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의 검사 신문을 놓고 정의를 외칠 기회라고 적는 등 끝까지 반성을 모르는 모습이었다.
도쿄신문은 도조 히데키 전 총리의 자필 메모와 편지 등 300점의 자료가 친족에 의해 지난 5∼6월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에 기증됐다고 11일 보도했다.
기증된 자료 중 '마음 가는대로'라는 제목의 메모형 일기에는 일본의 패전을 '국가의 운명'이라고 표현했지만,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은 없었다.
일기는 연합국에 의한 극동재판 후반기인 1948년 1월2일∼2월14일에 쓰였다.
그는 미국인 수석검사인 조셉 베리 키넌의 자신에 대한 심문과 관련해 "일본은 전쟁에서는 패했기 때문에 그것은 국가의 운명인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 행동은 자존과 권위의 정의에 기초한 것이라는 것을 외칠 최후의 기회라고 생각해 기쁨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라면서 "흡사 전장에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까지 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연합군 측에 협조한 인물에 대해 "검사 측의 뜻에 영합해 국제법정에서 '군벌'을 긍정했다", "기독교로 개종하며 비위를 맞추는 태도였다"는 등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기증된 자료 중에서는 '전쟁과 천황(일왕)의 책임에 대해'라는 제목의 수기도 포함됐다. 태평양전쟁 개전에 대한 쇼와 일왕이 책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면회 온 기요세 이치로 변호사에게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도조 히데키 등 전범들은 당시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교수형을 당했지만, 일왕은 기소되지 않았다.
그간 공개된 재판 기록 등을 보면 도조 히데키는 끝까지 전쟁이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새로 공개된 자료는 그가 공식적인 재판 과정에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끝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도조 히데키는 1948년 11월 사형 선고를 받았고 한달 뒤 교수형에 처했다.
그를 비롯한 A급 전범들은 1978년 군국주의자들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극우 인사들에 의해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일본은 도쿄재판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독립국의 지위를 회복했지만, 극우 정치권에서는 도쿄재판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나온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재판에 대해 "연합국 측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고 말한 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도 했다.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에 정기적으로 참배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자신이 당선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리 취임 시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서 패전일인 오는 15일 야스쿠니를 직접 찾을지 주목된다.
이 신사에는 조선인 2만1천181명도 함께 합사돼 있어서 유족들이 일본 법원에 합사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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