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 "죽은 사람 되살리는 AI, 괜찮은지 묻고 싶었죠"

휴머노이드 소재 신작 '상자 속의 양'…"슬픔 치유하는 과정 필요"
"칸영화제서 박찬욱과 눈 마주친 기억…차기작 '룩백' 원작 만화에 존경심"

박원희

| 2026-06-05 15:54:08

▲ 영화 '상자 속의 양'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상자 속의 양'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상자 속의 양'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상자 속의 양' 배우 구와키 리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제79회 칸영화제에서 '상자 속의 양' 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영화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고레에다 감독 "죽은 사람 되살리는 AI, 괜찮은지 묻고 싶었죠"

휴머노이드 소재 신작 '상자 속의 양'…"슬픔 치유하는 과정 필요"

"칸영화제서 박찬욱과 눈 마주친 기억…차기작 '룩백' 원작 만화에 존경심"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인공지능(AI)으로 무엇이든 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실제 배우 없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옥상에서 싸우는 영상을 찍을 수 있고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이 광복 소식을 듣고 환하게 미소 짓게 할 수도 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렇게 나날이 발전하는 AI 기술에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죽은 사람을 AI로 구현해 상실감을 달래는 사업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본 뒤다. 그는 이런 상황이 괜찮은 것인지 자문했고 이는 신작 '상자 속의 양' 제작으로 이어졌다.

"돌아가신 분을 만나고 싶어 하는 감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에 끌려다닐 때, 진정으로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은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일 배급사 뉴(NEW)에서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본인 마음이 편하기 위해 죽은 사람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부활시키는 게 괜찮냐는 윤리적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제작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들을 닮은 휴머노이드(인간의 외모를 지닌 로봇)를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분)와 켄스케(다이고) 부부가 가족으로 맞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는 여전히 마음속에 한이 남아 있다. 그들은 죽은 사람을 휴머노이드로 구현한다는 '리버스'(Rebirth)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아들 카케루를 닮은 로봇(구와키 리무)을 마주한다.

사랑하는 존재를 다시 보고 싶은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욕망이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험을 한 고레에다 감독에게도 한이 남아 있다.

그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사업 관련 기사를 본 뒤 아버지에게 하지 못한 말이 떠올랐다"며 "기술을 이용해 죽은 사람을 살리려는 마음은 이해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레에다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영화 속 '죽은 사람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대사에는 그의 이런 생각이 반영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죽은 사람은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기술은 사람의 이기심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며 "기술을 이용한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생각에 영화 결말도 초기 버전에서 변화를 줬다. 아들을 닮은 휴머노이드에 헛헛한 마음을 달래면서도 혼란을 겪던 오토네·켄스케 부부는 선택을 내린다.

부부가 맞이하는 휴머노이드 역은 10살 아역 구와키 리무가 소화했다. 구와키는 고레에다의 연출을 거쳐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어딘가 위화감을 주는 휴머노이드로 탄생했다.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만난 구와키는 "감독님이 특별히 로봇 연기에 관해 지시한 것은 없었다"며 "'너답게 해라'고 하셔서 나답게 해보자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촬영 이전) 감독님이 대단한 분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며 "실제 촬영해보니 다정하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지난달 열린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처음으로 공개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개막식에 참석해 심사위원장인 박찬욱 감독과 마주한 여담을 들려줬다. 그는 4년 전 칸영화제에서 자신이 연출한 '브로커'로 주연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고,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당시 같이 자축했던 인연이 있다.

"맨 앞 객석에 앉아 있는데 박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고 제게 미소를 지어주시더라고요. '4년 전 파티를 같이해서 미소를 지어주시는구나' 해서 반갑게 손을 들려 했는데 뒤에 보니 봉준호 감독님이 계시더라고요. 그 미소가 봉 감독님에게 지으신 듯해 손을 조용히 내렸습니다. 그 미소가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알고 싶네요.(웃음)"

영화제에서 봉준호·알폰소 쿠아론·지아장커 감독과 만나고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제는 진지하게 일하는 것 외에도 풍요로운 시간이 있다"며 "다음 영화 잘 만들어서 이분들과 재회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이 선보일 다음 영화는 '룩백'이다. 후지모토 다쓰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두 소녀를 그렸다. 영화는 만화 '체인소 맨'을 그린 후지모토 작가와 고레에다 감독의 만남으로 벌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룩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게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이고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종이에 그려진 만화와 실제 인간이 나오는 영화는 확연히 달라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조금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조금 기다려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룩백' 이후에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대니시 걸'(2015)의 배우 에디 레드메인과 영어 영화를 제작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홍보 일이 끝나면 제대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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