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아
| 2021-09-09 15:48:17
손자뻘 후배와 동반 경기한 73세 최윤수 "골프 치는 게 행복"
코리안투어 역대 최고령 출전 경기…17세 송민혁·24세 김동은과 함께
(인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후배들 치는 것을 보며 감탄하고 극찬했습니다."
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7회 신한동해오픈 1라운드에선 뜻깊은 기록이 나왔다.
1948년 9월 21일생으로 만 73세를 눈앞에 둔 최윤수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로써 최윤수는 2018년 KPGA 선수권대회 참가로 작성했던 자신의 코리안투어 최고령 출전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그는 1987년 제7회 신한동해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이전 대회 우승자의 참가 자격을 과거 5년에서 역대 우승자 전원으로 확대하면서 성사된 일이다.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공동 주관으로 열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리안투어 단독 주관으로 개최됨에 따라 올해만 적용된 규정이다.
특히 이날 최윤수의 동반 플레이어는 2004년생인 아마추어 국가대표 송민혁(17)과 올해 코리안투어 신인인 1997년생 김동은(24)으로, 손자뻘 후배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송민혁과의 나이 차이는 55년 8개월 2일로, 이 또한 코리안투어 '최다 나이 차 동반 경기' 기록이다.
송민혁이 "제가 아는 가장 베테랑 프로는 이전까지는 최경주(51) 프로님이었다. 이번 대회에 최윤수 프로님이 나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봤다"고 설명할 정도로 까마득한 차이다.
이날 최윤수의 성적은 버디 하나와 보기 9개를 묶어 8오버파로 최하위권이었지만, 순위는 중요치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최윤수는 "아주 좋은 골프장에서 즐거운 골프를 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치니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후배 선수들이 이렇게 잘 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체격도 크게 크지 않은데 공이 얼마나 멀리 가는지, 저와 100m는 차이가 난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들이 있어서 골프가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감탄하고 극찬했다"고 전했다.
역대 우승자 전체로 출전 자격이 확대된 걸 알고서도 최윤수는 이번 대회 참가를 망설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과연 나가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나오길 바라며 자격 조건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서 안 나가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어렵게 결정했다"며 연신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윤수는 20세쯤 연습장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골프를 시작, 30세에 프로에 입문해 신한동해오픈을 포함해 코리안투어에서 11승을 올렸다.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에선 26승, 만 60세 이상 선수가 참가하는 챔피언스투어 그랜드시니어 부문에선 19승을 수확했다. 대만 등 해외 시니어투어에서도 3승을 거뒀다.
최윤수는 "과연 제가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뭘 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후회가 없고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시합은 못 하더라도 죽는 날까지 골프를 사랑하고 좋아하겠다. 그랜드시니어 대회는 힘닿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골프 할 수 있는 날짜가 짧아 연습할 공간도 적어 힘든데, 남자나 여자나 세계적으로 나가서 성적을 내는 게 대단하다. 후배 선수들을 존경한다"며 "좋은 후배들이 더 많이 나와서 더 나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함께 경기한 뒤 기자회견에도 함께 참석한 송민혁을 비롯한 후배들에게 그는 "18개 홀을 다 집중하기엔 너무 힘들다. 처음 3개 홀, 마지막 3개 홀에서 특히 긴장하고 치면 거기서 승부가 난다. 우승할 확률이 나온다"는 팁도 전했다.
송민혁은 "저에겐 대선배님이신 최윤수 프로님, 코리안투어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김동은 프로님과 치게 돼 영광이었다"며 "최 프로님의 조언에 공감하고, 제 플레이 스타일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엔 최윤수 외에 강지만(45), 김종덕(60), 허석호(48), 이강선(72), 조철상(63)도 역대 우승자 출전 자격 요건 확대로 출전 기회를 잡아 후배들과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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