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혜
| 2026-07-20 15:48:40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배우 진세연이 14년 만에 같은 작품에서 재회한 박기웅과 마침내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2년 드라마 '각시탈'에서 못다 이룬 애절한 로맨스를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에서 해피엔딩으로 완성한 것이다.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진세연은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과거 우리가 연기했던 인물들의 기억이 맞물려 정말 뭉클했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각시탈' 때는 제가 기웅 오빠가 쏜 총에 맞아 죽는 비극이었는데, 이번엔 결혼식장에 들어섰잖아요. 오빠와 같이 '우리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버진로드를 걷다니'라며 신기해했죠."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30년간 앙숙으로 지내온 공씨 집안과 양씨 집안의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남녀의 사랑과 가족애를 담은 작품이다. 진세연은 극 중 당차고 똑 부러지지만, 내면에상처를 지닌 공씨 집안 장녀 공주아 역을 맡아 양씨 집안 장남 양현빈(박기웅)과 로맨스를 그렸다.
과거 '각시탈'에서 목단(진세연 분)을 지독하게 짝사랑했던 기무라 슌지(박기웅 분)의 어긋난 인연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이들의 해피엔딩을 반가워했다.
진세연은 "원래 시놉시스 상에는 제 상대역이 연하남으로 설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처음 배우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연상인) 기웅 오빠가 상대역으로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오빠의 노련함을 믿고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워낙 편한 사이여서 멜로 장면을 찍을 땐 어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워낙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편안한 옆집 오빠 같은 느낌이라 첫 키스 신을 찍을 땐 서로 너무 어색했다"며 "이 작품이 로맨스보다 가족 이야기가 더 크게 그려지는 작품이라 다행이었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다양한 가족 구성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가족 드라마'라는 점을 꼽았다.
"데뷔하고서 부모님이 건강하게 살아 계시는 온전한 가족 드라마를 해본 게 거의 처음이에요. 제가 맡은 역할은 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거나 불우한 환경이었거든요.(웃음) 이 작품은 '진짜 가족 이야기'라는 생각에 꼭 해보고 싶었죠."
극 중 부모인 유호정, 김승수를 비롯해 김창완, 김미숙 등 가족 구성원으로 만난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그를 지탱한 가장 큰 힘이었다.
진세연은 "KBS 주말극은 대기실을 다같이 쓰는데, 유호정 선배님과 같이 셔플댄스를 추고, 매번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진짜 가족같이 지냈다"며 "극 중 시댁 식구들과 함께하는 현장에서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다들 텐션이 높아 귀가 아플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지난 2016년 MBC 대하드라마 '옥중화' 이후 약 10년 만에 50부작 장편 드라마에 도전한 그는 10개월이라는 긴 촬영 기간에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10년 전과는 체력이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전엔 일주일 내내 밤샘 촬영을 했는데, 이번엔 하루 이틀만 밤샘해도 쉽지 않았다"며 "10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힘들 때도 참 많았는데, 함께 촬영한 가족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값진 수확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데뷔 초부터 나이보다 성숙한 캐릭터나 전문직 역할을 주로 맡아오며 의도적으로 짓눌러왔던 목소리 톤을 비로소 내려놓게 된 것이다. 그는 "진짜 내 목소리를 찾았다"고 했다.
"그동안 목소리를 평소보다 낮춰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언제쯤 제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죠. 그런데 이번엔 원래 제 목소리로 편하게 연기했어요. 시청자들도 '진세연의 목소리가 바뀐 것 같다'고 알아봐 주셨는데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자신감이 생겼죠."
어느덧 데뷔 15년을 넘어선 진세연은 앞으로 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많은 분이 저에게 스릴러나 악역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앞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악역, 혹은 반전이 있는 인물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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