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수염 노인을 중년으로…도난 아픔 딛고 22년 만에 모인 나한(종합)

국립전주박물관,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개막
2004년 나한상 8구 도난당한 뒤 두 차례 걸쳐 환수…'완전체' 눈길
백자로 만든 후령통 등 나한상 복장 유물·과학 조사 성과

김예나

| 2026-09-15 15:41:56

▲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개막식이 진행됐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계자들이 전주 서고사 나한을 살펴보고 있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 달라진 제3존자 (전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04년 도난당했다가 2014년 되찾은 십육나한 중 제3존자 가낙가발리타사상 모습. 국립전주박물관은 16일부터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을 선보인다. 2026.9.15 yes@yna.co.kr
▲ 강건우 학예연구사 (전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강건우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간담회에서 전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9.15
▲ 전주 서고사 나한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개막식이 진행됐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 도량으로의 귀환, 서고사 나한 특별전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개막식이 진행됐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 나한상 바라보는 서고사 주지 진선스님 (전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공개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에서 서고사 주지 진선스님이 22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나한상을 보고 있다. 2026.9.15 yes@yna.co.kr
▲ 벌나파사상(제14존자) 복장물 금산사성보박물관 소장 [국립전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 (전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이 15일 열린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2026.9.15 yes@yna.co.kr

(전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부처의 제자인 아난존자와 가섭존자 양옆으로 깨달음을 얻은 성자 즉, 나한(羅漢)이 8명씩 줄지어 있다.

높이가 50㎝ 정도인 나한은 가사를 걸친 채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올려 두거나, 한쪽 무릎을 세운 채 편안히 앉은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 하나하나가 생동감 넘친다.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를 머금은 나한이 있는가 하면,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나한도 있다. 손에 든 물건도, 옷 위의 문양도 제각각이다.

그 중 기다란 막대기 같은 '불자'를 쥔 나한은 어딘가 어색하다.

흰 수염에, 흰 눈썹을 가진 노인의 모습이었던 이 조각상은 2004년 어느 사건 이후 붓칠을 추가하면서 수십 년을 거슬러 중년의 모습이 됐다.

전북 전주 서고사 나한에 남은 도난의 흔적이다.

황방산 자락에 자리한 서고사에서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과 소망을 들어주던 '십육나한'(十六羅漢) 혹은 '십육존자'(十六尊者)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전주박물관과 서고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와 협력해 16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에서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 1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04년 도난당했다 되찾은 서고사 나한을 22년 만에 처음으로 모았다"고 말했다.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성자를 뜻한다.

신통력을 지닌 나한은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이 복을 누리도록 돕는 존재로 여겨졌으며 십육나한, 오백나한을 봉안하고 신앙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서고사 나한상은 조선 후기 불교 조각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나한상을 조성하면서 내력을 기록한 발원문에 따르면 나한상은 조선 숙종(재위 1674∼1720) 대인 1695년 5월 23일 조각승 성심(性沈) 등이 제작했다.

그러나 2004년 16구의 나한상 가운데 8구가 도난당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국내 한 경매에서 도난당한 불교 문화유산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존재가 파악되면서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각 4구씩 되찾았다.

박물관은 되찾은 나한상을 보존 처리하는 한편,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조사·연구를 하며 전시를 준비했다.

강건우 학예연구사는 "도난당했던 나한상 중 제3존자인 가낙가발리타사상은 노인의 모습에서 중년의 모습으로 변했고, 일부는 박락 현상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총 126점의 유물을 모은 전시는 서고사의 역사를 비추며 시작된다.

후백제 견훤(867∼936)의 명을 받아 명덕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사찰의 이력부터 '완산지', '전주지도' 등 옛 문헌에 기록된 서고사의 위치를 살펴본다.

황방산 서고사에 관한 시가 수록된 문집인 '추재집'(秋齋集), 서고사에서 종을 새로 수리했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조선 후기 동종 등도 공개된다.

전시의 핵심은 약 83㎡(약 25평) 규모의 전시실을 채운 나한이다.

'관상(觀像), 나한을 그리며 바라보다'를 주제로 한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아난존자와 가섭존자, 그리고 십육나한상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강 연구사는 "서고사 나한은 1695년 5월 23일이라는 정확한 조성 시기를 알 수 있는 불교 조각으로, 얼굴 표현 기법이나 조각 수법이 정교하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서고사 나한상의 '속'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낙거라상(제5존자), 벌나파사상(제14존자)의 몸체 안에서는 발원문과 경전, 다라니 등 여러 복장물이 나온 바 있다.

복장은 불상을 만들 때 각종 보화나 서책 등 귀한 물품을 넣는 것을 뜻한다.

한쪽 무릎을 세운 채 앉아있는 모습의 벌나파사상의 경우, 백자로 제작된 후령통이 발견돼 큰 관심을 끌었다. 백자 후령통은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후령은 부처님의 원음(圓音) 즉, 설법을 상징하며 뚜껑에 대롱을 달고 통 안에는 5개의 병을 넣어 오방(五方)을 상징하는 천 등을 넣어둔다.

전시에서는 1824년 간행된 불교 의례서 '조상경'(造像經), 십육나한에서 찾아낸 다양한 복장유물 등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전반에 걸쳐 활동한 것으로 전하는 조각승 진열(進悅)이 서고사 나한상 외에 조성에 참여한 불상도 함께 전시한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도입한 원통형 CT로 조사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보여준다.

박물관은 다음 달 15일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한 학술대회도 연다.

학술대회에서는 서고사 나한상의 역사적·미술사적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2017년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의미를 짚을 계획이다.

박경도 관장은 "나한상에 담긴 발원과 염원, 그리고 도량으로 돌아온 성보 문화유산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