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혜
| 2026-09-07 15:38:50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프랑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도들이 겪은 고난과 인내의 역사가 담긴 17세기 불어 성경이 한국 박물관에 전달됐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기독교 박물관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은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연합개신교회로부터 167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판된 불어 성경을 기증받았다고 7일 밝혔다.
1588년 나온 베자 성경의 개정판인 이 성경은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프랑스에서 칼뱅주의를 받아들인 개신교도인 '위그노'였던 프랑스 뒤몽 가문이 대대로 간직해온 것이라고 문화관은 설명했다.
프랑스에선 1598년 앙리 4세가 종교 관용 정책인 낭트 칙령을 발표해 위그노에게 제한적인 종교의 자유가 인정됐으나, 1685년 루이 14세가 낭트 칙령을 폐지하면서 위그노에 대한 박해도 다시 시작됐다.
이 시기 많은 위그노들이 강제 개종과 재산 몰수 등의 압박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야 했다. 뒤몽 가문도 제네바로 망명을 떠났다 1727년이 돼서야 귀환했는데, 이 성경은 제네바 망명 시절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귀환 이후에도 위그노에 대한 핍박이 계속된 탓에 가족들은 성경을 몰래 숨겨서 보관해야 했다. 당시 문맹인 군사들이 '성경' 단어를 근거로 개신교도들을 색출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표지와 서문 등을 고의로 훼손한 탓에 성경이 온전한 모습으로 전해지진 못했다.
여러 후손의 손을 거쳐 내려온 이 성경은 마지막 소장자이자 가톨릭 신자인 피에르 몽쟁 릴 제1대학 객원교수가 프랑스연합개신교회를 거쳐 한국에 기증하게 됐다.
몽쟁 교수는 "이 성경은 공포, 침묵, 망각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가톨릭 교인인 몽쟁 가족이 이 성경을 한국 개신교 박물관에 기증하는 일이 평화, 일치, 복음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관은 이 성경을 다음 달부터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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