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첼리스트 박유신 "악기 잡을 때 가장 행복해요"

첫 솔로 앨범 '시인의 사랑' 발매…19일 부산·22일 서울 리사이틀

임동근

| 2022-03-16 15:32:18

▲ 첫 솔로 앨범 발매한 첼리스트 박유신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첼리스트 박유신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니뮤직코리아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유신은 첫 솔로 앨범 '시인의 사랑'을 발매했다. 2022.3.16 mjkang@yna.co.kr


▲ 인터뷰하는 첼리스트 박유신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첼리스트 박유신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유신은 첫 솔로 앨범 '시인의 사랑'을 발매했다. 2022.3.16 mjkang@yna.co.kr

'악바리' 첼리스트 박유신 "악기 잡을 때 가장 행복해요"

첫 솔로 앨범 '시인의 사랑' 발매…19일 부산·22일 서울 리사이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세상에 제 음반이 처음 나온다고 하니까 너무나 떨렸어요. 녹음한 프로그램이 쉽지 않아 잘한 선택이었을까 걱정도 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제가 원하는 음향이 담겨 있어 만족했습니다."

실력파 첼리스트 박유신(32)은 16일 서울 서초구 소니뮤직코리아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인생 첫 앨범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유신은 2015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 2위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 안톤 루빈슈타인 국제 콩쿠르와 야나체크 국제 콩쿠르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실력파로 이름을 알렸다.

원래 이번 앨범은 2020년 발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되면서 조금 미뤄졌다. 녹음은 지난해 9월 독일 하노버에서 했다.

앨범은 박유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슈만과 브람스의 곡들로 구성됐다.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과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5개의 민요풍 소품, 그리고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1번 마단조가 담겼다.

녹음 작업을 하며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그는 "브람스와 슈만의 곡은 결코 가볍지 않아 힘들었다. 특히 브람스는 몸살이 난 것 같은 상태에서 녹음할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슈만에 대해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힘이 있는 순수한 음악이다. 그의 음악은 시와 연결돼 있는데, 이것이 정말 예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은 가장 좋아하고 많이 연주하는 곡이어서 녹음했다. 브람스의 소나타 전곡은 연륜이 더 생기면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부터 가곡을 좋아했다는 그는 특히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가곡 음반을 즐겨들었다고 한다. 그는 "미샤의 음반을 들으면서 언젠가 가곡 음반을 꼭 내고 싶었다"면서 "이번 '시인의 사랑'은 전체가 16곡인데 1분도 안 되는 곡이 많다. 짧지만 전개가 아름답게 표현되는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앨범은 독일의 감성적인 소리가 특징인데, 폭발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고 정적인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앨범 제작에는 박유신과 인연이 있는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독일 뤼베크 국립음대 교수)가 참여했다. 박유신은 독일 드레스덴 유학 시절 알게 된 울리히를 2019년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에 초대하기도 했다.

"울리히는 12년간 슈만 피아노 음악 전집 녹음을 이어오고 있는 분이에요. 이 사람이 슈만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첫 코드를 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이 된 듯했는데, 이번 녹음에서 그를 선택한 것은 가장 잘한 일 같아요."

박유신은 '악바리'로 통한다. 연습에 집착을 많이 하고, 한번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꼭 해내는 성격 때문에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보통 제 나이가 되면 연습보다 삶에 눈을 돌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게 잘 안 되네요. 연습이 힘들지만 악기를 잡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어떨 때는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만 할 때도 있어요."

그는 현재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과 '포항음악제'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독일 유학 시절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소규모로 열리는 음악 축제를 보고 국내에도 자신만의 작은 음악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축제를 맡아달라고 하면 어떤 음악가도 '노'(No)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자신의 페스티벌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죠. 음악과 연주자를 많이 알게 되고, 음악의 틀도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저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첼로를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어렵다면서 "화려함과 중후함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음역대를 가진 좋은 악기이지만 언제쯤 편안해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첼로가 어렵지만 계속 조금씩 발전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성숙한 음악을 연주하려면 능력이 더 좋아져야 한다. 음악과 함께 계속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박유신은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19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슈만과 브람스는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입니다. 편안하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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