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이야, 전시야?"…춤추고 키스하는 티노 세갈의 조각

리움미술관서 국내 첫 개인전…'키스' 등 25년 작품 세계 조망
"물질 없이도 조각이 된다"…기억으로만 남는 작품들

박의래

| 2026-02-25 15:26:21

▲ 티노 세갈 개인전이 열리는 리움 미술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티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는 리움 미술관 전경. 2026.2.25. laecorp@yna.co.kr
▲ 작가 티노 세갈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리움미술관을 찾은 작가 티노 세갈. 2026.2.25. laecorp@yna.co.kr
▲ 티노 세갈이 큐레이팅한 리움미술관 소장품들 [리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티노 세갈의 '구성된 상황'이 펼쳐지는 전시장 입구 [리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작가 티노 세갈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리움미술관을 찾은 작가 티노 세갈이 25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25. laecorp@yna.co.kr
▲ 리움 미술관 정원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티노 세갈의 작품 '이 당신'이 구현되는 리움미술관 정원. 2026.2.25. laecorp@yna.co.kr

"무용이야, 전시야?"…춤추고 키스하는 티노 세갈의 조각

리움미술관서 국내 첫 개인전…'키스' 등 25년 작품 세계 조망

"물질 없이도 조각이 된다"…기억으로만 남는 작품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미술관 직원처럼 보이는 여성 3명이 갑자기 "디스 이즈 소 컨템퍼러리"(This is so contemporary)라고 외쳤다. 이들은 춤을 추면서 "디스 이즈 소 컨템퍼러리"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티노 세갈(50)의 작품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This is so contemporary)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티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 '티노 세갈'이 다음 달 3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5년간 비물질적 미술 작품을 만들어 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그는 '물질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아 그 가능성을 증명해 온 작가다. 회화나 조각 같은 물질을 생산하는 전통적 방식에 도전하며, 인간의 신체와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만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작가는 자기 작품을 '구성된 상황'이라고 부른다. '해석자'라고 불리는 무용수들이 정해진 상황에 맞게 연기하고 관람객은 이를 관람하거나 상황에 들어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전시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물질 없이도 조각 작품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런 작품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를 포함해 총 8개의 '구성된 상황'이 준비됐다. 이 중 4개 작품은 전시 기간 내내 볼 수 있지만 '이 입장'(This entry)과 '이 환희'(This joy ), '이 당신나나당신'(This youiiyou)은 6주씩 돌아가며 열린다. 미술관 정원에서 열리는 '이 당신'(This you)은 4월 3일부터 볼 수 있다.

전시의 대표작은 '키스'다. 작가가 직접 큐레이션한 리움미술관 소장 로뎅 작품들이 둘러 있고 그 안에서 두 해석자가 서로를 껴안은 채 천천히 동작을 이어 나가며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 장면을 재현한다.

고전적 청동 조각과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현재의 조각'이 대비를 이룬다.

2명씩 두 팀으로 이뤄진 해석자들은 전시 시간 8시간 중 매일 4시간씩 교대로 '키스'를 수행한다.

전시장 로비에서 만날 수 있는 2026년 작 '무제'는 7명의 해석자가 관람객 사이에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다. 언뜻 보면 해석자인지 일반 관객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은 천천히 움직이며 해석자들끼리 손가락을 맞대면서 교감하고, 관람객에게 다가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기도 한다.

작가는 "극장 무대에서 열리는 무용 공연과 달리 내 작품은 관람객이 전시 안으로 들어와 함께 한다"며 "작품과 관람객이 관계를 맺고 그 사이에서 뭔가 떠오르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 공장이 둘러싸인 지역에서 자랐다. 그는 매일 공장으로 출근해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들을 보며, 땅에서 자원을 채굴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 의문을 품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커졌다. 그는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도 남길 수 있는 예술을 고민하다가 인간의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생각했고, 이후 무용을 전공하며 이를 구체화했다.

이런 작가의 철학은 작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어진다. 작가는 자기 작품을 물질로 남기지 않겠다는 철학에 따라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물론 도록 등으로 남기는 것도 거부한다. 관객의 기억과 이를 기록한 글만이 작품을 남기는 유일한 방식이다.

작가는 "회화와 조각도 오래된 예술이지만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나 무용 등 형태가 없는 예술도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며 "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칠 때 책이나 영상이 아닌 직접 몸으로 알려주듯 몸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미술관과 계약을 할 때도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공증인 앞에서 구두로 판매한다. 소장 계약이 이뤄지면 미술관은 해당 작품을 전시할 권리를 갖고, 작가는 전시 때마다 해석자에게 작품을 구현하는 방법을 직접 구두로 알려준다.

물질을 남기지 않는다는 철학 때문에 작품 '굿즈'도 물질이 없다. 대신 관객이 굿즈를 구매하면 판매자는 돈을 받고 특정 손동작을 알려주는 식이다.

작가는 "경제에서도 유형의 제조업보다 무형 서비스업의 규모가 더 커지는 등 우리는 이미 사물 중심에서 비물질의 관계 중심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며 "예술가는 자기 시대를 그에 맞는 방식으로 기록하는 사람이며 나는 나만의 비물질적 방법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그는 "한국은 지금 역사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순간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관람객들이 동시대 미술에 매우 개방적이라고 알고 있다. 예술은 함께하는 게임이라 생각하는데 함께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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