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두
| 2022-03-21 15:11:19
"문화, 천년을 두고 울리는 소리"…반백년 문화행정 외길
신현웅 전 문체부 차관, '천년의 소리'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문화란 천년을 두고 울리는 소리다. 오늘날 K-팝, 시네마, 드라마, 게임, 웹툰 등 한류문화의 물결이 오대양 육대주에 너울성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
반백년 동안 문화행정가의 길을 걸어온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은 첫 저서 '천년의 소리'에서 이런 감회를 피력한다. 한류 붐이 전 세계에 거세게 일고 있는 요즘 저자의 일성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K-컬처 힘의 원천은 가무를 즐겨 온 한민족의 문화유전자, 정(情)과 신바람의 한국심(韓國心), 과학적인 한글과 IT강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코리아 르네상스 세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간은 문화행정가이자 다문화방송의 선구자로서 걸어온 50년 발자취를 한데 모은 책이다. 신 이사장은 "후배 문화행정가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출신인 신 이사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200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내외 문화·스포츠 증진과 교류에 앞장서 왔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는 이주여성 문화 지원, 희귀질환 환아 지원, 문화·스포츠 영재 육성 등 공익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타계(2월 26일)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맺은 인연은 각별했다. 이 전 장관과 문화 현장에서 30여 년간 동행해온 저자는 고인이 자신의 문화 멘토이자 후원자였다고 회고한다.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이 전 장관이 직접 작성한 이 책의 '추천의 말'이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늘날 한류를 비롯해 한국 문화가 세계의 백조로 떠오르고 있는 그 뒤에는 30년 동안 줄곧 나와 함께 일해 온 신현웅과 같은 문화 관료의 피와 땀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책 '천년의 소리'를 통해서 비로소 K-컬처 DNA 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가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칼럼을 갈무리한 이번 책에는 197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 현장의 모습과 흐름이 켜켜이 담겨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의 분주했던 현장,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벌인 한일 간의 치열한 경쟁, 국내 최초 다문화 음악방송의 기획 배경 등 현대 문화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준다.
2008년 광복절에 개국한 다문화 음악방송은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외로움과 향수를 달래주고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지혜를 제공한다.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태국어, 아랍어, 러시아어, 몽골어, 일본어 등으로 음악과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저자는 "세계 최저 출산국인 한국은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21세기 말에 존망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외국인이 와서 살기 좋은 열린 사회, 다문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해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유럽의 이민자 종교 갈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문화적 측면이 고려된 중·장기 이민정책을 수립하자는 거다.
책은 '한류문화의 파종', '올림픽 & 월드컵', '다문화가족 눈물이 무지개로 피어나는 순간' 등 모두 7부로 구성됐다.
웅진지식하우스. 344쪽. 1만8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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