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왜적의 갑옷 두들겨 패고…" 김가진의 비밀편지 첫 공개

서울 근현대사기념관서 비밀결사단체 '조선민족대동단' 조명 특별전
항일 투쟁 넘어 日 본토 침공 계획…'제2의 독립선언' 원본 등 한자리

김예나

| 2026-02-27 15:14:06

▲ 일제본토침공계획을 의논한 편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전시에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이 무정부장 박용만에게 보낸 '일제본토침공계획을 의논한 편지'가 전시돼 있다. 2026.2.27 scape@yna.co.kr
▲ 박용만 간찰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전시에 박용만 간찰이 전시돼 있다. 2026.2.27 scape@yna.co.kr
▲ 전시 설명하는 이동국 큐레이터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전시 간담회에서 이동국 독립 큐레이터가 독립운동가 김상덕이 쓴 '조선독립운동사' 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6.2.27 scape@yna.co.kr
▲ 대동단선언 원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전시에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이 쓴 '대동단선언' 원본이 전시돼 있다. 2026.2.27 scape@yna.co.kr
▲ 상하이 민단 강연록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전시에 상하이 민단 강연록이 전시돼 있다. 2026.2.27 scape@yna.co.kr
▲ 김가진의 휘호 '거현량조'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전시 간담회에서 이동국 독립 큐레이터가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의 휘호 '거현량조'를 설명하고 있다. 2026.2.27 scape@yna.co.kr
▲ 질문에 답하는 김선현 동농문화재단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전시 간담회에서 김선현 동농문화재단 이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27 scape@yna.co.kr

"교활한 왜적의 갑옷 두들겨 패고…" 김가진의 비밀편지 첫 공개

서울 근현대사기념관서 비밀결사단체 '조선민족대동단' 조명 특별전

항일 투쟁 넘어 日 본토 침공 계획…'제2의 독립선언' 원본 등 한자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 번 북을 울림에 교활한 왜적의 견고한 갑옷과 예리한 무기를 두들겨 팰 수가 있을 것이고…."

1920년 3월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1846∼1922)은 편지를 쓴다.

조선민족대동단의 무정부장(武政部長), 오늘날로 치면 국방 장관에 해당하는 박용만(1881∼1928)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가로 77.9㎝, 세로 28.6㎝ 크기의 종이를 가득 채운 글에서는 결의가 느껴졌다.

김가진은 조선민족대동단 총부(摠部)를 상하이(上海)로 이전할 것과 군사 조직 확대 전략 등을 논하면서 은밀히 계획을 세웠다.

왜적 처단, 강토 회복, 그리고 일제 본토 침공으로 이어지는 큰 그림이었다.

"…두 번 북을 울림에 우리 강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세 번 북을 울림에 (일본) 동경만(東京灣)에서 말에게 물을 먹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항일 독립 무장 투쟁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조선민족대동단을 엿볼 수 있는 편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3·1절을 앞두고 27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에서다.

김선현 동농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항일투쟁비밀결사인 조선민족대동단 창설 107년 만에 처음으로 조명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조선민족대동단은 3·1운동 무렵 결성된 비밀 독립운동단체다.

당시 대한제국 대신(大臣)이었던 김가진을 총재로 추대하고, 통재부·추밀부·상무부·외무부·재무부·무정부 등 기관을 갖췄다.

동농문화재단과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가 준비한 전시는 1919년 조선민족대동단이 꾸려져 '대동단선언'을 내놓기까지 뜨거웠던 투쟁을 30여 점의 유물로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전 경기도박물관장은 "그동안 이름조차 제대로 몰랐던 조선민족대동단의 활동과 의미, 그리고 대동(大同) 정신까지 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약 22평(72.05㎡) 규모의 전시실은 '얼굴'로 시작된다.

김가진 총재를 비롯해 고종(재위 1863∼1907)의 아들인 의친왕 이강(1877∼1955), 백초월(1878∼1944) 스님, 최익환(1889∼1959) 등 조선민족대동단 단원의 사진이다.

황실 인사부터 종교인, 교사, 학생, 보부상, 백정, 기생까지 면면이 다양하다.

이 전 관장은 "조선민족대동단은 민족적이고도 전국적인 단위로 직업과 신분을 초월한 그야말로 무차별 평등 세상을 실천한 주체였다"고 설명했다.

작은 규모의 전시실이지만, 평소 보지 못했던 자료들이 알차게 채운다.

김가진이 박용만에게 보낸 '비밀 편지'는 김가진 유족이 소중히 보관해오다 최근 탈초(脫草·흘림체 등으로 쓰인 글을 정자체로 바꾸는 작업)를 거쳐 공개됐다.

박용만이 1921년 3월 상하이에 있던 김가진에 보낸 편지도 처음 전시에 나왔다.

1920년 경성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 판결문은 주목할 만하다.

의친왕 이강을 임시정부로 탈출시키려던 계획이 수포가 되고 관련자들이 붙잡히며 열린 재판 기록에는 대동단 조직의 강령도 적시돼 있다.

"조선을 제국의 통치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독립국을 형성케 할 것. 세계 영원의 평화를 확보할 것. 사회주의를 철저히 실행할 것."

전시에서는 1919년 11월 28일 '제2의 독립만세운동'을 펼칠 때 발표한 선언도 살펴볼 수 있다. 김가진이 직접 짓고 쓴 선언은 알려졌지만, 원본이 전시에 나온 적은 많지 않다.

이 전 관장은 "'대동단선언'에 더해 '무오독립선언', '2·8 독립선언', '3·1 독립선언' 등 독립운동과 관련한 선언을 함께 모아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가진이 작고했던 해에 쓴 글씨도 눈길을 끈다.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 등을 지낸 김용원(1892∼1934)에게 써준 글은 나라의 독립을 위한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당부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재단 측은 4월 24일에는 '대동사상과 사회'를 주제로 한 전문가 학술 포럼을 연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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