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혜
| 2026-07-18 15:10:07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2시간 안팎의 극장용 영화가 긴 호흡의 드라마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지식재산권(IP) 확장의 소재가 웹툰, 웹소설을 넘어 영화까지 넓어지면서 과거 인기를 끌었던 국내외 영화들이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새 옷을 갈아입었다.
18일 방송가에 따르면 이날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는 2011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손예진·이민기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가 귀신을 보게 되면서 외톨이가 된 여자와 길거리 마술사 남자의 소박하고 오싹한 오컬트 로맨스를 그렸다면, 드라마는 귀신을 보는 고독한 재벌 상속녀 천여리(박은빈 분)와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검사 마강욱(양세종)의 이야기로 스케일을 키웠다. 여기에 새 인물인 호텔 대표 강민환(옹성우) 캐릭터를 더해 삼각 로맨스 구도를 만들었다.
드라마 주연을 맡은 박은빈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역할 이름과 귀신을 본다는 것을 제외하곤 다 새로운 내용"이라며 "영화는 2시간여지만 드라마는 12부작으로 최소 6배 이상의 새로운 설정을 녹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역시 2003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배용준·전도연·이미숙 주연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극 중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여성이라는 시대적 한계에 갇혀 살았던 조씨부인 역은 이미숙의 뒤를 이어 손예진이 맡았다. 조선 최고 바람둥이 조원 역은 배용준에서 지창욱이 넘겨받았다. 영화에서 전도연이 맡았던 젊은 미망인 희연 역에는 나나가 낙점됐다.
지난해 말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 역시 2017년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했다. 영화의 각본을 쓴 오상호 작가가 다시 펜을 잡았고, 영화 속 주연이던 지창욱이 시리즈에서도 주인공 태중 역을 맡았다. 다만 작품 속 주인공과 메인 빌런(악역) 등 캐릭터 설정을 완전히 바꾸고 한층 깊어진 세계관을 더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서사를 선보였다.
영화 IP를 재활용한 시리즈는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오구리 ·아오이 유우 주연의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 '가스인간'은 무려 1960년 개봉한 혼다 이시로 감독의 일본 특수촬영(특촬) 영화 '가스인간 제1호'를 원작으로 했다.
이 작품은 한국의 연상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와 각본을, 일본의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아 8부작 시리즈로 확장했다. 몸이 기체처럼 변하는 능력을 지닌 '가스인간'과 그를 쫓는 형사와 기자의 이야기라는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반세기 전 영화 속 기상천외한 설정과 특수효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작품은 공개 2주차에 넷플릭스 비영어 쇼 4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 업계가 검증된 영화 IP를 드라마나 OTT 시리즈로 재탄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흥행 리스크 최소화와 대중성 확보에 있다. 최근 제작비 급증과 웹툰·웹소설 기반 드라마의 포화로 새 파이프라인 구축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원작 영화의 탄탄한 팬덤은 안정적인 초기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과거 영화의 전성기 시절 축적된 좋은 IP를 접근성이 높은 드라마로 바꿔 수명을 연장하려는 전략"이라며 "제작사 입장에선 영상 문법으로 출발했던 제한된 이야기를 확장하는 것이 방대한 양의 웹툰을 각색하는 것보다 더 수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글로벌 OTT 등 플랫폼의 발달로 드라마 업계가 다양한 IP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추세"라며 "유명 영화 IP는 드라마 주 시청층인 405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해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사의 확장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2시간이라는 극장 영화의 시간적 제약 탓에 생략됐던 세부 서사와 세계관을 드라마 형식 안에서는 한층 촘촘하게 풀어낼 수 있다.
김 평론가는 "영화는 짧은 시간 내에 서사를 압축해 전달해야 하는 불친절한 콘텐츠지만, 드라마는 영화보다 친절한 부연 설명과 길게 풀어낸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인다"며 "지금은 콘텐츠가 길어도 시청자가 언제든지 편하게 정주행할 수 있는 시청 환경이 조성됐고, 흥행 시 시즌제 제작도 용이한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IP 확장과 심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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