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름
| 2026-09-04 14:05:42
(전남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논란이 중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하면서 한중 교류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개막식인 4일까지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채 양국 외교부까지 나서면서 주최 측과 지방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발단은 국립대만미술관 파빌리온(특별관)의 명칭에서 비롯됐다.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본전시와 별도로 국내외 미술·문화 기관들이 교류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올해 초부터 16개 국가관, 11개 기관관과 협약을 진행했다.
중국관은 국가관으로, 국립대만미술관(National Taiwan Museum Fine Arts·NTMoFA)은 기관관으로 협약했다.
그러나 재단 측이 미술관 약칭인 NTMoFA만 표기하면서 대만 작가들이 반발했다.
대만 문화부도 지난 달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대만관(Taiwan Pavilion)으로 협의했던 명칭을 주최 측이 지난 6월부터 갑자기 NTMoFA로 변경했다고 항의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기관 자격 계약과 행정 절차를 이유로 들어 기관명 약칭 사용을 주장했지만, 국내외 미술계의 비판과 작품 설치 지연이 이어지자 지난 달 25일 해당 파빌리온을 국가관 형태로 운영하고 명칭도 대만 파빌리온으로 하기로 승인했다.
재단은 줄곧 외부 개입이나 검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예술적 자율성과 행정 신뢰 모두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중국 파빌리온팀이 작품 설치를 중단하고 대만관 명칭에 항의하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재단 측은 중국 큐레이터나 작가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못했고, 결국 외교 문제로 번졌다.
광주비엔날레를 함께 주최·주관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통합시는 예술 영역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기조를 나타내다가, 사태가 커지자 뒤늦게 사과하고 행사 준비 과정을 조사해 조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애초 외교 사안이 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구성원이 30명이 채 안 되는 재단에 일임하기보다 지방정부가 사전에 상황을 공유하고 정무적·외교적 조정에 나섰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은 지난달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만관 명칭 논란을 질책하며 "예술의 영역에 정치권력이나 행정 권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며 "문화예술이 다른 영역에 의해 왜곡되거나 그래서 광주의 이미지까지 손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광주에 예방해 유감을 표명했을 때도 정치적 판단이 예술 영역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합시장이 광주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고 통합시가 공동 주최·주관 기관인 만큼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문제가 지난 6월을 전후해 불거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7월 출범한 통합특별시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한쪽의 사회적 비난을 해소하려다 다른 쪽의 외교적 위험을 키운 셈이기 때문이다.
통합시가 대만관 명칭 복원 전 파빌리온 계약과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중국의 반발과 다른 지방외교에 미칠 영향 등을 재단과 함께 검토하고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지난 달 31일 뒤늦게 사과문을 내고 "대만 파빌리온 명칭은 행사 참여 예술가들에게 맡겨진 표현일 뿐 전남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잇따라 입장문을 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행동으로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이날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을 앞두고 전시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파빌리온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국립대만미술관과 기관관으로 운영하기로 협약했으나 이름을 놓고 파장이 커졌고, 본 전시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며 "중국과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기를 염원했는데 민망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민망한 일이 벌어져 죄송하다. 앞으로 국가나 기관을 나눠 혼란을 자처할 일이 없어야 할 것 같다. 기관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신청이 많은 점도 함께 고려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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