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교에 깃든 섬세한 여운…선우예권 리사이틀

앨범 '리스트' 발매 기념 투어 마쳐

권지현

| 2026-05-31 15:05:53

▲ 선우예권 리사이틀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3년 만의 신보 '리스트' 발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새 앨범 '리스트'(LISZT)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5.7 jin90@yna.co.kr
▲ 선우예권 리사이틀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기교에 깃든 섬세한 여운…선우예권 리사이틀

앨범 '리스트' 발매 기념 투어 마쳐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리스트 곡의 화려한 기교를 소화하는 선우예권의 수려한 기량과 필요한 순간에 절제된 연주로 여운을 주는 섬세한 감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지난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7)은 음의 공백과 여운을 살리면서도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 연주로 청중을 숨죽이게 했다.

선우예권은 앨범 '리스트' 발매와 함께 지난 15일부터 시작한 전국 리사이틀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이날 마무리했다.

1부에선 그가 종종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언급한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20번을 연주했으며 2부에선 이번 앨범에 수록된 프란츠 리스트의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 '메피스토 왈츠 제1번'을 들려줬다.

그는 공연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슈베르트와 리스트의 곡을 함께 배치한 이유로 "슈베르트는 인간 내면의 순수한 감정을 노래하는 반면, 리스트는 극적이고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대조를 줘 흥미로울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슈베르트 소나타 20번은 작곡가가 죽기 직전 완성한 곡으로, 인생 서사와 내면이 담긴 작품으로 유명하다. 죽음을 앞둔 절망적 심리 상태를 느끼게 하면서도 후반부 악장에서 굴곡을 지나온 평온함을 표현하는 곡이다.

선우예권은 박자가 잠시 쉬어가는 부분에서 음을 뚝뚝 끊듯이 연주하며 공백을 두드러지게 했다. 건반에서 손을 떼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지는 선율이 반복돼 청중은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공백의 여운을 음미했다.

특히 음계를 빠르게 오르내리는 격렬한 연주가 이어지다가 포르티시모(특정 구간을 매우 강하게 연주)와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 연주)가 교차하는 2악장 구간에선 이러한 타건이 대조를 이뤘다.

마지막 악장에선 양손을 아예 허공에 높게 띄우고 숨을 골라가듯 정적의 순간을 살려 마무리하는 부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부는 리스트의 '극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헝가리안 랩소디'는 헝가리 집시들의 민속적 음악풍을 차용한 곡으로 특히 프리시(헝가리 민속곡에서 빠르게 연주하는 부분)가 즉흥적인 에너지를 분출했다.

선우예권은 이 곡에서 발을 구르며 온몸으로 건반을 치는 듯한 연주로 활력 있는 기교를 보여줬다.

대미를 장식한 '메피스토 왈츠 1번'은 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악마가 켜는 바이올린에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했다. 악마적이고 오싹한 분위기와 드라마틱한 전개가 유명한 곡으로 연주자에게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난곡이다.

선우예권은 곡의 마지막에 이르러 손을 5초가량 멈춰 정적이 불러오는 긴장감을 안겼다. 그러다 숨 가쁘게 음이 쏟아지는 마지막 코다(악곡을 끝내기 위해 특별히 추가된 마침 부분)에서 축적한 힘을 폭발시켰다. 청중에 인사하는 그의 머리카락은 연주의 격렬함을 보여주듯 흐트러져 있었다.

감정에 이입한 청중은 연주가 끝나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선우예권도 4곡이나 되는 앙코르를 선보였다.

앨범 타이틀곡으로 리스트가 편곡한 슈만의 '헌정'을 선사한 그는 마지막 앙코르 전엔 지친 손을 푸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 웃음을 준 뒤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 변주곡을 연주했다.

투어 마지막을 함께 완주해준 팬들을 위해 앙코르까지 최선을 다한 그의 모습에 일부는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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