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근
| 2022-04-08 15:08:39
전통·현대 아우른 새로운 움직임…국립무용단 신작 '더블빌'
안무가 차진엽 '몽유도원무'·고블린파티 '신선' 두 작품 무대에
21∼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국립무용단이 두 개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더블빌' 공연을 연다.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안무가 차진엽의 '몽유도원무'와 안무가 그룹 고블린파티(Goblin Party)의 '신선'이다. 현대무용 안무가와 전통춤 무용수가 만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몽유도원무'는 조선 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현실 세계의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상 세계에 이르는 과정을 안무와 음악, 미장센으로 그려내고, '신선'은 '술'을 중심 소재로 신선들의 놀음을 춤판으로 풀어낸다.
8일 국립극장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차진엽은 '몽유도원무'에 대해 "현실 세계와 이상향에 대한 한 폭의 그림을 몸으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림 자체를 춤으로 풀어내지는 않는다며 "화폭에 담긴 지형과 산세를 표현하는 말인 '굽이굽이'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굽이진 산세를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그곳을 걸어간다고 상상하면 이것이 고된 삶의 여정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상향이라고 했을 때 유년기가 떠올랐다고 했다. 행복하고 호기심이 넘쳤던 어렸을 때와 똑같은 세상에 현재 살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현실 세계와 이상향은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무용수 7명이 등장하는 '몽유도원무'는 총 2막으로 구성됐다. 1막은 무용수들이 똑같은 의상을 입고 서로 닮은 동작으로 굽이굽이 이상향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2막에서는 서로 다른 호흡과 동작을 선보이는 무용수들이 결국 조화를 이루며 공존의 의미를 전한다.
차진엽은 아트그룹 콜렉티브에이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감독,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맡았다.
최근 무용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작업을 선보인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미디어아트를 사용한다. 차진엽은 "시각적으로 (춤을) 압도할까 봐 조심스럽지만 미디어아트는 시간과 장소를 표현하고, 무용수의 정서와 작품의 흐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고블린파티는 안무가 지경민, 임진호, 이경구로 구성돼 있다. 비상한 재주로 사람을 홀리고 심술궂게 행동하는 한국의 도깨비들(GOBLIN)이 모인 정당(PARTY)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컨템포러리 댄스를 기반으로 하는 고블린파티는 처음에 공연 제안을 받고 한국 무용가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또 어떤 색채로 관객에게 다가갈지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무조건 전통적일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안무가와 무용수 모두에게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기로 했다. 작품의 제목 '신선'에는 "새로운 선"이란 의미도 담겼다.
작품의 중심 소재는 '술'이다. 이경구는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에 춤에 몰두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여유롭게 술 한잔 걸친 신선들의 모습 같았다. 술과 몸이 만나면 여러 흥미로운 모습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춤을 추며 노래도 부른다. 이경구는 "무용수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게 뭘까 생각하다 무대에서 말을 하거나 노래한 경험은 없을 것 같았다"면서 '권주가'를 바탕으로 지경민이 편곡한 곡을 무용수들이 노래한다고 했다.
국립무용단과의 작업에 대해선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차진엽은 "저의 춤 스타일과 움직임의 옷을 입히기보다 무용수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고 했고, 고블린파티는 "밑그림 동작을 가져가면 무용수들이 각자 좋아하는 색깔로 그려냈다.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블빌' 공연은 오는 21∼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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