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과 칠흑의 숨 막히는 대비…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예술의전당서 14∼23일 공연…간판스타 이유림·임선우 호흡
30여년 역사 대표 레퍼토리…문훈숙 단장 해설 더해져 '풍성'

조윤희

| 2026-08-15 14:55:18

▲ 예술의전당·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예술의전당·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예술의전당·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푸른 달빛이 드리운 신비로운 호숫가, 악마의 저주에 갇힌 가련한 백조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 왕자의 비극적 서사가 애절하면서도 찬란한 무대로 펼쳐졌다.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예술의전당·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웅장한 음악을 바탕으로, 정통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예술의전당과 유니버설발레단이 2년 연속 공동 기획으로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1992년 국내 최초로 러시아 마린스키 버전을 도입한 이래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무대에서 선보여온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해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후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발레리노 전민철의 출연 소식 등으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특별한 해설을 곁들이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문 단장은 말 대신 손짓과 몸짓으로 서사를 전달하는 발레 마임 동작의 의미를 설명하며 직접 시연해 보였다. 한쪽 손을 내밀어 다른 쪽 손으로 네 번째 손가락을 가리키는 '결혼', 가슴에 손을 얹고 굳게 다짐하는 '사랑의 맹세' 등 주요 마임의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백조의 날갯짓을 형상화한 독특한 팔 동작의 유래와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기도 하며 클래식 발레의 문턱을 한층 낮췄다.

14일 개막 공연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스타인 수석무용수 이유림과 임선우가 무대에 올라 뛰어난 기량과 깊이 있는 감정선을 선보였다.

두 주역 무용수는 오랜 호흡을 바탕으로, 순백의 처연함과 흑조의 치명적인 매혹을 넘나드는 서사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오데트와 오딜 1인 2역을 맡은 이유림은 섬세한 동작으로 마법에 걸린 백조의 애절한 슬픔을 깃털처럼 가볍게 그려내는 한편, 2막 무도회에서는 32회전 푸에테를 흔들림 없이 소화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흑조로 완벽히 변신했다.

지크프리트 왕자 역의 임선우는 흔들림 없는 점프와 회전 테크닉으로 귀족적인 품격을 드러내며, 이유림을 안정감 있게 받쳐주는 정교한 파트너십으로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발레 블랑(백색 발레)' 군무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푸른 조명 아래 새하얀 클래식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대형을 이루어 한 몸처럼 날아오르듯 일사불란한 군무를 펼치자 객석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2막 밤의 호숫가에서 푸른 어둠을 가르는 백조 군무와 칠흑 같은 흑조 군무가 선과 악의 치열한 대립을 시각화하며 시각적 전율을 선사했다.

이번 '백조의 호수'는 오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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