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잇고' 부르며 변신한 엘사…겨울왕국 '마법'에 관객 환호

한국 초연 막 올라…크리스털과 얼음 조형 등 디테일 살린 무대 연출
영상·특수효과로 마법 구현…살아있는 듯한 인형 눈길

권지현

| 2026-08-14 14:53:12

▲ 뮤지컬 '겨울왕국' 해외공연 스틸컷 [클립서비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뮤지컬 '겨울왕국' 출연 배우 정선아 [클립서비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뮤지컬 '겨울왕국'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뮤지컬 '겨울왕국' 해외공연 스틸컷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뮤지컬 '겨울왕국' 해외공연 스틸컷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뮤지컬 '겨울왕국' [에스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엘사가 '렛 잇 고'(Let It Go)의 클라이맥스를 부르며 손을 내뻗자 번쩍하고 섬광이 비쳤다.

섬광과 함께 엘사의 의상이 마법처럼 아름다운 얼음왕국 여왕의 드레스로 바뀌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 13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장인 정신을 담은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작품은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자신의 마법을 두려워하며 소중한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엘사와 얼어붙은 왕국의 저주를 풀고 언니 엘사를 되찾으려 나서는 동생 안나의 여정을 그렸다.

뮤지컬은 2018년 처음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됐으며,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를 크게 각색하지 않고 비슷하게 따라간다.

마법이 주요 소재여서 작품은 개막 전부터 애니메이션 속 마법이 나오는 장면을 어떻게 실물로 구현할지 기대를 모았다.

제작진은 무대 전체를 뒤덮는 영상 프로젝션과 적절하고 기발한 조명 효과, 포그(안개 효과), 크리스털과 눈가루 등을 활용해 아름답게 얼음 마법을 표현했다. 이미 브로드웨이에서도 이 같은 특수효과 기술과 연출이 호평받은 바 있다.

마법을 부리는 엘사의 제스처와 연기에 맞춰 벽부터 바닥 곳곳에 얼음·눈꽃 모양의 영상을 투사했으며, 공중에서 반짝이며 터지는 폭죽 같은 효과와 섬세한 눈가루로 사실감을 더했다.

셀 수 없는 크리스털로 꾸며 다채롭게 반짝이는 기둥을 세우고 정교한 얼음 조각 조형물을 더해 표현한 엘사의 얼음왕국은 압권이었다.

애니메이션 속 공간을 충실히 복원해낸 무대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원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극 중 배경인 북유럽의 광활한 피오르 지형과 오로라는 실물로 구현하지 못했지만 애니메이션풍 작화와 실사 풍경을 적절히 섞어 디즈니 특유의 감성적 영상을 고화질 배경으로 투사했다.

궁정 무대 세트는 디즈니 월드에 들어온 듯 아기자기했으며 주요 소품은 애니메이션과 거의 비슷한 색감과 모양새로 복원됐다. 엘사의 대관식과 무도회가 열리는 장면에선 스테인드글라스와 샹들리에의 찬란함이 눈을 사로잡았다.

작품 내에서 여러 차례 갈아입는 앙상블의 아름다운 유럽풍 복식은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무엇보다 디즈니 뮤지컬의 백미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디테일까지 신경 쓴 연출과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구현이다.

예컨대 눈발이 흩날리는 와중 안나가 궁전의 창문을 열어 밖을 보는 장면에선 바깥의 눈보라뿐 아니라 창살 사이사이에 눈발이 소복이 쌓이는 모습까지 살렸다.

배우가 직접 탈을 쓰고 연기하는 순록 인형이나 꼭두각시를 조종하듯 인형을 움직여 표현하는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는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다.

거대한 순록 인형은 눈꺼풀을 깜빡이고 귀까지 움직였으며, 마찬가지로 섬세한 표정 연기가 가능하도록 제작된 올라프 인형은 입에서 눈송이를 뿜어냈다.

디즈니의 깐깐한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의 역량은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엘사 역을 맡은 정선아는 특유의 깔끔하고 시원한 음색으로 작품의 대표곡 '렛 잇 고'와 뮤지컬의 오리지널 넘버 '괴물'을 노래했다.

'괴물'은 엘사가 마법의 힘 때문에 스스로가 괴물은 아닌지 고뇌하는 심정을 표현한 곡이다. 정선아는 폭발적인 성량이 요구되는 록 발라드를 막힘 없는 고음과 카리스마로 소화했다.

안나 역 박진주의 연기도 돋보였다. 그는 발랄하고 긍정적인 초반부 모습과, 언니를 향한 사랑으로 얼어붙는 마법에도 굴하지 않는 후반부 모습을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동물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순록 역의 김시영, 인형의 표정과 손짓을 세심하게 컨트롤하며 노래도 부른 올라프 역의 정원영도 혼신의 노력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작품은 우애 깊은 동생이 악당과 저주를 물리치고 언니를 되찾는다는 원작의 단순한 줄거리를 따라가기 때문에, 극적 예술성을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디즈니만의 아기자기한 연출과 원작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은 내년 3월까지 열리며 이후 부산 드림씨어터로 무대를 옮긴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