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원
| 2026-08-25 14:59:09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가능한 사랑'은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오아시스'(2002)로 베네치아영화제 감독상, '시'(2010)로 칸영화제 각본상 등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이 전작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 감독은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엠갤러리에서 열린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서 "우리가 보통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이뤄질 수 없는, 불가능한 사랑을 전제로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오히려 '가능한' 사랑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만나 서로 다른 삶의 모습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설경구가 해고노동자 호석 역을, 전도연이 호석의 아내 미옥 역을 맡았다. 조여정은 대기업 집단해고 사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 예지로 출연하고, 조인성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구김살 없는 남자이자 예지의 남편 상우로 등장한다.
이 감독은 집단해고 문제를 영화의 주 소재로 삼은 데 대해 "한국 대기업에서의 집단해고 사태는 후유증이 굉장히 크고 사회적으로도 파장이 크다"며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꿀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이라며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들 관계에서도 본질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이 해고 노동자의 삶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전도연과 설경구를 주연으로 영화 제작을 준비하다 계획을 접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저는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전 '이 영화를 꼭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는 괴벽 같은 게 있다"며 "해고노동자의 삶을 정직하게 다루는 다큐도 있는데 굳이 극영화로 만들어야 될 어떤 이유가 있을까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때 쓴 시나리오는 각색을 거쳐 단편 '심장소리'(2022)로 만들어졌고, '가능한 사랑'은 여기에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이야기를 더하고 사랑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
이 감독은 "우리는 모두가 노동자일 수밖에 없고, 기술 발전과 함께 노동 자체가 소멸하는 시대에 와 있다"며 "처음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보다 이 문제(집단해고)를 이야기해야 할 필연성이 점점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영화 '밀양'(2007)으로 제6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전도연은 미옥 역으로 다시 한번 이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읽고서 여운이 너무 강렬해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시구나'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자신이 연기한 미옥에 대해서는 "남편인 호석의 가슴 속 화가 언제 터질지 몰라서 늘 노심초사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며 "여려 보이지만 강인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설경구가 이 감독 작품에 출연한 것은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전도연과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생일'(2019), '길복순'(2023)에 이어 네 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는 "'가능한 사랑' 시나리오를 읽고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들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박하사탕' 촬영 당시에는 경험도 많이 없고 제게 주어진 감정이 너무 벅차서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정이 그리웠다"며 "('가능한 사랑'을 촬영하면서) 그리움이 다시 현실이 되니까 벅찼다"고 떠올렸다.
상우와 예지 부부를 연기한 조인성과 조여정은 모두 이 감독과는 처음으로 작업했다.
조인성은 "감독님 작품을 워낙 좋아해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고,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또 "배우들끼리 촬영을 하면서 '이 현장이 참 그리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그만큼 애정과 애틋함, 동료애가 충만한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올해만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나홍진 감독의 '호프'에 이어 '가능한 사랑'까지 세 편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그는 "'호프'와 '휴민트'를 찍은 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창동 감독님께서 제안해 주셔서 '이것까지는 하고 쉬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조여정도 "이창동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는 건 늘 고대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캐스팅 제안에) 얼떨떨할 정도로 좋았다"며 "촬영 현장에서 일분일초가 지나가는 게 아깝고 소중했다"고 기억했다.
'가능한 사랑'은 제작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이 감독의 신작이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작업하고 싶어 했다"며 "제작의 전 과정에 걸쳐서 어떤 간섭이나 별도의 요구를 하지 않고 감독으로서의 독립성을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가능한 사랑'은 9월 2∼12일(현지시간) 열리는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최초로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난다.
이어 9월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넷플릭스에선 11월 6일 공개된다.
이 감독은 "영화제 관객들이 보일 최초의 반응이 매우 궁금하고, 영화가 세계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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