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스승' 손민수 "바흐 평균율 음반, 스승 악보서 영감"

英 하이페리온 전속계약 후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발매
스승 러셀 셔먼에 헌정…27일 예술의전당 등 20여회 월드투어

조윤희

| 2026-10-08 14:54:48

▲ 피아니스트 손민수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념 기자간담회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아니스트 손민수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념 기자간담회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아니스트 손민수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념 기자간담회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아니스트 손민수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념 기자간담회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바흐의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이 음악이 한 번의 연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들을 계속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20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을 발매하고 2024년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리사이틀을 전석 매진시키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바흐의 철학 등을 담은 새 음반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영국의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그가 첫 결실로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음반을 발매하고 이를 기념해 리사이틀 월드투어를 개최한다.

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음반 발매 및 월드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손민수는 피아노 앞에 앉아 앨범 수록곡인 바흐 평균율 '전주곡과 푸가' 1번 C장조와 2번 C단조를 직접 연주해 들려줬다.

감미로우면서도 이내 강렬하고 또렷하게 울려 퍼진 그의 선율은 듣는 이들을 순간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연주가 끝난 뒤 손민수는 이번 바흐 평균율 음반 제작 과정에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이번 음반을 자신의 스승이자 피아니스트인 고(故) 러셀 셔먼에게 헌정했다고 밝혔다.

셔먼은 생전 평균율을 인간 정신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여겼으나 정작 녹음으로 남기진 않았다. 셔먼이 세상을 떠난 1년여 후, 손민수는 또 다른 스승이자 셔먼의 아내인 변화경 교수로부터 셔먼의 손때가 묻은 악보를 전달받았다.

손민수는 "학생 때 셔먼 선생님과 사적인 대화를 할 때면 '평균율을 언젠가 녹음하고 연주해야 하는데 너희를 가르치느라 시간이 없어 못 한다'고 불평처럼 농담으로 말씀하시곤 했다"며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시고서 공부하셨던 악보를 받았는데, 악보에 선생님이 남긴 자취를 보면서 너무나 깊은 영감이 됐고 감격스러웠다. 옛날로 돌아가 다시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 느낌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게 이 곡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돼 당연히 이 앨범을 셔먼 선생님께 헌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악보 속 스승의 흔적은 그에게 음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는 "오늘 연주했던 C단조 곡과 관련해 선생님이 습작처럼 시를 남기셨는데 '이런 상상을 하셨구나' 생각이 들면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보다 훨씬 확장된 세상을 느낄 수 있었다"며 "선생님이 고심하신 핑거링 역시 피아노를 손쉽게 치려는 방식이 아닌 오로지 노래를 이어 나가기 위한 음악적 접근이었다"고 했다.

베토벤과 바흐를 꾸준히 탐구해 온 이유에 대해서도 스승의 가르침과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꼽았다.

손민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피아노 치는 게 신나고 재미있었을 때 베토벤과 바흐처럼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음악들을 오히려 멀리하려고 했었다"며 "그때 두 스승께서 '베토벤과 바흐의 음악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저를 끌어주셨다"고 고백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지금 그에게 바흐는 '음악의 근본' 그 자체다.

손민수는 "바흐의 평균율을 들여다보면 24개의 모든 키(조성)가 고유의 성격을 갖고 그 세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한 시도가 음악사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며 "그 뒤를 이은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브람스 역시 바흐가 만들어 놓은 시작점으로부터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나갈 수 있는 기본 토대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스승들의 깊은 가르침을 꾸준히 새기고 있는 손민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행위에 대해 "제가 배워왔던 것들을 잘 전달하고, 학생과 함께 질문을 이어 나가고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손민수는 2008년 심각한 손목 부상으로 수년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던 시련에 대해서도 담담히 털어놓았다.

"하루하루가 서바이벌 모드였다"는 그는 "피아노에 앉는 앵글부터 시작해 저 스스로를 낫게 하기 위한 시도를 거듭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한번 사는 인생에서 음악가로서 해야 할 것들이 뭔가 물었을 때 베토벤과 바흐가 가장 먼저 다가왔다"며 "저에게 있어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는 과정은 마치 제가 잃어버렸던 손을 다시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달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 투어의 시작을 알린 손민수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지에서 20여 회에 달하는 월드투어 일정을 소화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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