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은 달라도 가면 너머 마음은 하나…한중일 3국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마스크' 展…세 나라 가면극 특징·의미 등 조명
'풍자와 해학'·'영웅'·'신 향한 기도'…연구 내용, 학술총서로 펴내

김예나

| 2023-10-25 14:49:27

▲ 한·중·일의 '사자'는?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마스크(MASK) -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장에 한·중·일 세 나라의 가면극에서 쓰이는 사자 가면과 복장이 전시돼 있다. 왼쪽부터 중국, 일본, 한국 유물. 2023.10.25 yes@yna.co.kr
▲ 말뚝이 동래야류 '제2과장 양반과장'에 등장하는 말뚝이 가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보 안동 하회탈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마스크(MASK) -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장에 국보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 9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에서는 국보 13점 가운데 11점을 볼 수 있다. 2023.10.25 yes@yna.co.kr
▲ 관우 가면 중국 귀주성 안순현 지희의 가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미로쿠 가면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소장품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일본의 가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마스크(MASK) -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장 모습. 2023.10.25 yes@yna.co.kr
▲ '마스크' 전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마스크(MASK) -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전시장 모습. 2023.10.25 yes@yna.co.kr

모습은 달라도 가면 너머 마음은 하나…한중일 3국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마스크' 展…세 나라 가면극 특징·의미 등 조명

'풍자와 해학'·'영웅'·'신 향한 기도'…연구 내용, 학술총서로 펴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는 일찍이 가면을 썼다.

해학과 풍자로 답답한 마음을 달랬고, 영웅을 노래하거나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비슷한 듯 다른 세 나라 문화는 가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가면극에 등장하는 사자를 보면 우리 땅에서는 음양오행 사상에서 나온 청·황·홍·백·흑색 즉, 오방색(五方色)을 넣었지만, 중국은 화려함을 극대화하고 반짝이는 거울도 붙였다.

순한 짐승처럼 보이지만 이빨을 강조한 일본 사자와는 다른 면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가면과 그 안에 담긴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선보인 특별전 '마스크(MASK) -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은 지난 2년간 세 나라의 가면과 가면극을 조사·연구한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다.

한국의 탈놀이, 중국의 나희(儺戱), 일본 가구라(神樂)와 관련한 유물 200여 점을 모았다.

관람객들은 각국의 가면극이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찬찬히 볼 수 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국내에 남아있는 탈놀이 가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국보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 11점과 서울·경기 지역의 산대놀이, 고성오광대 등에서 쓴 가면이 전시된다.

기존의 탈 전시와 달리 말뚝이 대 양반, 할미 대 영감 등으로 주제를 나눠 전시한 점이 돋보인다.

영웅을 주인공으로 다룬 중국의 가면극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 등 '삼국지' 속 인물을 형상화한 가면을 볼 수 있다.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오방의 귀신을 쫓는 '개로장군' 등도 눈에 띈다.

추운 겨울날 밤새도록 열리는 일본의 가구라 속 가면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돼 의미가 있다.

전시를 기획한 오아란 학예연구사는 "가구라는 신사를 중심으로 신에게 올리는 기도 같은 의미"라며 "가구라 가면 자체도 신성하게 여기는 터라 전시품을 확보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본의 신 가운데 가장 높은 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 바다의 신이자 폭풍의 신인 스사노오(須佐男命) 등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이 소장한 가구라 가면 복제품 등이 소개된다.

전시는 세 나라를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에 주목한다.

오 학예연구사는 "한국 가면극 놀이판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열린 세계인 반면 중국에서는 영웅의 레드카펫, 일본에서는 신을 위한 신전 역할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면극을 통해 꿈꾼 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관람객들은 멀고 먼 사막을 건너온 사자가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의 왕'이 된 이야기, 흉악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액을 없애고 복을 주는 가면 이야기 등을 볼 수 있다.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정월 대보름에 사자탈을 쓰고 놀던 민속놀이인 북청사자놀음에서 쓰던 사자 가면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모습으로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오 학예연구사는 "서로 다른 가면극을 하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3국의 얼굴과 표정을 보면서 'K-컬처'를 넘어 '아시아-컬처'의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한국·일본·중국의 가면과 가면극을 정리한 학술 총서도 발간했다.

세 나라에서 가면극을 연구하는 학자 44명이 참여했으며, 60여 종의 가면극을 다룬다. 박물관은 현재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의 가면과 가면극을 조사 중이다.

정연학 학예연구관은 "가면은 당시 삶을 영위한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주요한 소재"라며 "놀이, 신앙, 장례 풍습 등을 비롯해 공동체 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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