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남
| 2021-08-25 14:48:46
아프간 태권도 선수, 도쿄패럴림픽 출전길 열려…"제3국서 대기"(종합)
호주 정부 도움으로 육상 선수와 함께 아프간 탈출…유럽 국가서 체류
IPC "그들은 안전한 곳에 있다" 확인…신변안전 이유로 장소는 공개 안 해
조만간 도쿄로 이동 예정…IPC·세계태권도연맹 출전 대비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김경윤 기자 =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것으로 보였던 아프가니스탄 장애인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가 패럴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5일 장애인 체육계와 태권도계 관계자에 따르면 쿠다다디는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4)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들은 현재 유럽의 한 국가에 머물고 있다"면서 "조만간 도쿄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도 이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대회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 사이트 마이인포에 따르면 크레이그 스펜스 IPC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와 관련한 질문에 "현재 많은 추측이 있는데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없다는 것은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것이라 그들이 어디 있는 지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들은 안전한 곳에 있다. 두 사람과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무사하다"고 강조했다.
IPC는 이들이 도쿄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당 종목 국제경기연맹 및 관계 당국과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신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스펜스 대변인은 두 선수가 지금도 패럴림픽 출전을 희망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이 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정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IPC는 이미 아프가니스탄 장애인 선수들과 연대 의지를 밝혀 왔다.
24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 선수단 입장 행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선수 없이 5번째로 입장했다.
쿠다다디는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K44등급에 출전하기로 돼 있다.
해당 체급 첫 경기는 9월 2일 오전에 열린다.
쿠다다디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선수가 된다.
태권도는 이번 도쿄 대회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종목으로 치러진다.
애초 쿠다다디는 지난 16일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슬람 무장 세력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카불을 벗어나는 게 어렵게 됐다.
발이 묶인 쿠다다디는 최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요청한다"며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국제 사회에 간청하기도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태권도연맹은 쿠다다디의 대체 선수를 뽑지 않고 그의 출전을 기다려왔다. 이와 함께 관련 기관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태권도인 등을 통해 쿠다다디가 도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왔다.
쿠다다디의 아프가니스탄 탈출에는 호주 정부가 나섰다.
호주 ABC 방송은 24일 "쿠다다디는 호주 항공편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던 호주 시민들과 대사관 직원들, 그리고 약 1천여 명의 난민들과 무사히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쿠다다디와 라소울리가 무사히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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