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혁
| 2026-09-23 14:41:02
(연천=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패션디자이너 임선옥 파츠파츠(PARTsPART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시간을 패션과 설치미술로 재해석한 전시를 선보인다.
임선옥은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과 협업해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박물관 고고학 체험실에서 'GUEST OF TIME(시간의 손님)'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인간을 자연과 문화유산의 영원한 소유자가 아닌 잠시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시간의 손님'으로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다.
전곡선사박물관과 임선옥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 단계부터 전시 방향과 작품 제작방식을 함께 발전시켜 왔다.
박물관이 선사 유산을 통해 인간과 자연, 몸과 환경, 현재와 미래 세대의 관계를 조명한다면 임선옥은 의복의 완성된 형태뿐 아니라 재료의 사용과 생산과정, 제작 이후의 생애까지 디자인의 영역으로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제작·설치·해체 과정의 폐기물을 줄이고 무봉제와 재사용 방식을 활용하는 지속 가능한 제작 프로세스를 핵심 요소로 설정했다.
임선옥은 2024년 대한민국 패션 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또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미술관, 국립 한글박물관, 광주비엔날레 등 문화예술 분야와 협업하며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한 장의 패브릭을 활용한 설치 작품이다.
원단을 여러 조각으로 재단하는 대신 원단 롤의 폭을 그대로 살려 역사적 인물의 초상과 문자, 기호 등을 디지털 프린트하고, 이를 고인류 골격상 위에 드레이핑 해 입체적인 군상으로 완성한다.
전시가 끝난 뒤에는 군상을 감쌌던 패브릭을 폐기하지 않고 실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의복으로 다시 제작할 예정이다.
하나의 소재가 원단에서 설치 작품으로, 다시 의복으로 역할을 바꾸며 생애를 이어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전시장에는 전곡선사박물관의 호모 에렉투스 등 인류 골격상을 활용한 약 170cm 높이의 군상 10개가 등장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하는 '시간의 식탁'이 설치된다.
인간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공동체를 형성해 온 행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번 협업은 선사 유산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연구해 온 전곡선사박물관과 지속 가능한 패션을 탐구해 온 임선옥의 작업 세계가 만난 전시다.
원단을 재단하지 않는 제작방식과 전시 후 의복으로 재사용하는 계획을 통해 작품의 생애까지 디자인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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