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 2023-04-24 14:32:52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예술로 기린다…내달 1주기 추모제
4∼9일 전시·공연·심포지엄…유홍준 "김지하 시·사상, 우리 역사의 자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저항 문인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 별세 1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추모 문화 행사가 열린다.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추진위원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4일부터 9일까지 고인의 문학적 성과와 생명 사상을 되짚는 학술 심포지엄, 생전에 남긴 서화를 모은 전시회, 시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 공연 등 다양한 추모 문화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작년 5월 8일 별세한 김 시인은 1970년대 반체제 저항 시인이자 민족 문학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1970년 월간지 '사상계' 5월호에 재벌,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풍자한 시 오적을 실었다가 구속됐고,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배후 조종 혐의로 사형 선고까지 받기도 했다.
1975년 내놓은 '타는 목마름으로'는 그의 대표작이다.
추진위는 김 시인의 시 세계와 사상, 취미였던 서화까지 다방면의 유산을 통해 그 의미를 되짚을 계획이다.
우선 6∼7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김지하의 문학·예술과 생명 사상', '김지하의 정치적 고난과 생명 사상의 태동'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6일 오후에는 김지하의 시 '황톳길'을 낭송하고 '타는 목마름으로', '서울길' 등 시에 곡조를 붙여 노래하는 공연이 이어진다.
이와 별도로 4∼9일 백악미술관에서 김 시인이 생전에 남긴 서화를 한데 모은 전시도 개최한다.
추모문화제 추진위원장을 맡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김지하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생각을 펼쳤는지를 살펴보며 상당히 놀랐다"며 "지금은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인데, 김지하는 이미 30∼40년 전부터 전환을 촉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이 1990년대 들어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칼럼을 쓰고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내 변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군사정권 당시 그의 사상과 작품이 가졌던 의미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화전 전시총괄을 맡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1970년대 김지하를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며 "1970년대 발표한 문학뿐만 아니라 7년에 걸친 긴 감옥살이 속에서 보여준 투쟁, 그 속에서 싹 틔운 생명사상 등이 우리 역사에서 어마어마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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