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으로 쌓아 올린 저항…이혜민 개인전 '레이어스'

베개 설치·붕대 조각…반복과 축적으로 드러낸 감각의 층위

박의래

| 2026-04-17 14:26:36

▲ 이혜민 개인전 '레이어스' 전시 전경 [학고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이혜민 개인전 '레이어스' 전시 전경 [학고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이혜민 2020년 작 '화이트 드림' [학고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이혜민 개인전 '레이어스' 전시 전경 [학고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부드러움으로 쌓아 올린 저항…이혜민 개인전 '레이어스'

베개 설치·붕대 조각…반복과 축적으로 드러낸 감각의 층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부드럽고 연약한 물질을 통해 지속과 저항의 힘을 탐구해온 이혜민의 개인전 '레이어스'(Layers)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버려진 천과 붕대, 베개 등 일상의 취약한 재료를 쌓아 형성되는 힘의 구조를 조명한다. 이는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의 비유처럼 미세한 반복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 재료는 베개다.

베개는 잠과 꿈, 회복 등 인간의 가장 사적인 시간을 담아내는 사물이자 몸의 기억과 감정을 품은 매개다. 작가는 베개를 탑 형태로 쌓거나 대형 설치로 구성해 감정과 기억이 담긴 작품으로 전환한다.

관객은 베개로 구성된 설치를 보며 반복과 축적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붕대를 활용한 조각 작업은 상처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며 존재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완결된 형태가 아닌 진행 중인 상태를 드러내는 이 작업들은 회복과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을 담아내며, 부드러움을 하나의 윤리적 태도로 제시한다. 부드러움은 상처를 견디는 힘이자 저항의 방식으로 읽힌다.

벽면의 평면 작업 역시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다. 반복적으로 쌓인 물질과 표면은 하나의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감정과 시간의 흔적을 축적하며, 회화라기보다 지층에 가까운 구조를 형성한다.

이혜민은 서울대 조소과와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내외에서 20여 회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비롯한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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