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훈
| 2022-03-08 14:30:04
단순함의 강력함…베스 르테인의 대형 추상화
리안갤러리 서울서 아시아 첫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화려할수록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는 말처럼 어떤 일이든 많은 것을 더하는 것보다 최대한 덜어내고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으로 해낼 때 더 좋은 결과를 얻곤 한다.
캐나다 출신 작가 베스 르테인(46)은 단순하고 강렬한 회화를 추구한다. 1∼2가지 색만으로 세로 2m에 가까운 대형 캔버스를 채운다. 추상 화면은 선 혹은 띠, 사각형 등 간결한 기하학적 구도로 이뤄졌다.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개막한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 '트리스 포 더 포레스트'(Trees for the Forest)에서는 빨강, 파랑, 노랑 등 강렬한 색채와 반복적인 구조의 대형 추상 작품 21점이 에너지를 뿜어낸다. 시원시원한 화면과 붓 결이 느껴지는 과감한 터치가 활기를 더한다.
작가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자라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에서 식물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예술가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 회화 전공으로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생물학 전공이 작품과 무관하지는 않다. 그는 복제, 분열, 순환, 전이 등의 생물학적 주제를 단순한 형태와 기호, 색채의 반복을 통해 표현한다.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밑작업부터 완성에 이르는 과정은 단순치 않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맞는 표면이 될 때까지 캔버스에 기초 재료인 젯소를 여러 겹 칠하고 사포질까지 해서 흰 화면을 만들고, 그 위에 강렬한 색을 올린다.
뉴욕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4년 독일로 건너가 활동 중이다. 출발은 늦었지만 2017년 베를린 페레스프로젝트, 2018년 런던 페이스 등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추상미술 거장 귄터 푀르그와 3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작은 것에 집중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친다'는 의미의 관용구 '유 캔트 시 더 포레스트 포 더 트리스'(you can't see the forest for the trees)에서 인용했다.
작가는 "매우 단순한 것을 크게 만드는 것이 강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확장된 색상과 모양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4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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