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배런 전 WP 국장 "권력에 책임 묻는 게 저널리즘 임무"

'저널리즘 주간' 특별대담 "언론, 유료 모델로 가야…탐사보도 중요"

이은정

| 2021-10-29 14:25:44

▲ 마틴 배런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과 이소정 KBS 뉴스9 앵커 특별대담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 마틴 배런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과 이소정 KBS 뉴스9 앵커 특별대담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마틴 배런 전 WP 국장 "권력에 책임 묻는 게 저널리즘 임무"

'저널리즘 주간' 특별대담 "언론, 유료 모델로 가야…탐사보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워싱턴포스트(WP) 모토는 '암흑 속에서 민주주의는 죽는다'입니다. 정부나 강력한 기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이 저널리즘 임무입니다."

마틴 배런 전 WP 편집국장은 "WP는 독립성이 정체성이자 브랜드"라며 정부, 정치인, 기업 등에서 뉴스룸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1 저널리즘 주간' 세션에 참여해 '뉴스룸의 새로운 리더십'이란 주제로 이소정 KBS 뉴스9 앵커와 특별 대담을 했다.

그는 2013년부터 8년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지낸 뒤 올해 2월 은퇴했다. 재임 초기인 2013년 8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WP를 인수해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편집 독립권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런 전 국장은 "WP는 베이조스와 아마존에 대한 강력한 기사를 여러 번 보도했다"며 "다행스럽게도 베이조스는 개입하지 않았다. 스토리를 비판하거나 억누르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 오너가 독립성을 존중해줘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1976년 마이애미헤럴드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WP에 앞서 마이애미헤럴드, 보스턴글로브에서도 편집국을 이끌었으며 그의 지휘를 받은 기자들은 17개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보스턴글로브 시절 가톨릭교회 성직자 성범죄 은폐에 대한 탐사보도, WP 시절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실태 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운동에 대한 탐사보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성직자 성범죄 탐사보도 과정을 담은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재임 기간 WP는 뉴욕 부동산 거물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대표 언론사로 꼽혔다.

배런 전 국장은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더 많은 대립각이 생겼다"며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 탐사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매도했다. 대중 사이에선 미국 국회, 대법원 등이 트럼프의 다양한 스캔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그 역할을 언론이 해줄 거라 여겼고 WP가 그렇게 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SNS와 인터넷 기반으로 급변한 저널리즘 환경에선 탐사보도 등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WP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성공하고자 새로운 구독자에 맞는 변화를 추구해 유료 구독자 300만 명을 모았다. 기자는 2013년 초 500명에서 현재 1천100명으로 늘었다.

배런 전 국장은 "페이스북에서 성공하려면, 구글에서 검색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완전히 새로운 전담팀을 꾸려 전문 지식을 가져왔고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탐사 자원을 늘리고 특히 수개월에 걸친 장기 탐사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장기 탐사 전담팀은 심지어 스포츠부까지 모든 다른 부서와 협업했다"며 "특정 스토리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이 협업해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어 종이신문의 쇠락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자 기사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오디오, 비디오, 애니메이션, 그래픽까지 사용해 뉴스를 만들었다.

그는 "신문에서 추구하는 형식적이고 딱딱한 방식이 아니라 좀 더 편안하고 캐주얼한 스타일로 다가갔다"며 "복잡한 스토리를 엄마한테 설명하는 것처럼 대화하듯 형식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작성했다. 주제의 경중과 상관없이 캐주얼하게 변화했다"고 덧붙였다.

'클릭 경쟁'으로 저널리즘 품격이 낮아진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시대 변화와 독자들의 기호를 읽으면서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 결국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사례를 들어 트래픽이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 더는 아닌 만큼, 돈을 마땅히 지불할 기사를 공급하는 유료 구독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언론에 돈을 지불하면 그에 마땅한 독특한 스토리, 심층적인 스토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스토리를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차별화된 저널리즘을 제시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다. 나와 베이조스 모두 구독료 모델이 옳은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독자가 어떤 기사를 읽는지, 어떤 스토리가 구독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한 지표"라며 "오피니언, 탐사보도, 정치, 정책이 가장 많은 구독자를 끌어냈고 그 부분에 포커스를 뒀다"고 전했다.

아울러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의 덕목으로는 윤리의식을 꼽았다.

그는 "조직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미래를 위한 리더에겐 진실성, 청렴성이 중요하다"며 "언론사의 경우 저널리즘의 핵심을 추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직성을 갖고 굽히지 않고 직설적이어야 한다. 어떤 압박이 있든지 진실을 전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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