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달부터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직접 추진

예비비 9억 긴급 편성해 1년5개월간 114기 매장 추정 묘역서 진행
행안부 예산은 국회 통과 불발…"유해 멸실 우려로 신속 발굴 절실"

최찬흥

| 2024-02-13 09:40:49

▲ 유해발굴 대상 '선감학원 사건' 묘역 [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1970년대 선감학원 아동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그래픽]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일지 [연합뉴스 자료]

경기도, 내달부터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직접 추진

예비비 9억 긴급 편성해 1년5개월간 114기 매장 추정 묘역서 진행

행안부 예산은 국회 통과 불발…"유해 멸실 우려로 신속 발굴 절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경기도가 국가를 대신해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 유해 발굴을 추진한다.

당초 도는 인권침해의 핵심 주체가 국가인 만큼 국가가 유해 발굴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유해 부식 가속화 등의 시급한 상황과 피해자단체·시민단체 요청 등을 감안해 유해 발굴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도는 다음 달 초부터 1년 5개월간 발굴, 조사, 감식, 봉안 등의 선감학원 사건 유해 발굴 절차를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초 9억원의 예산을 예비비로 긴급 편성했다.

발굴 대상 지역은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 37의 1 일대 2천400㎡ 규모의 묘역으로, 114기의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당 묘역의 일부 분묘에 대해 2022년 9월과 2023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시굴해 희생자 유해로 추정되는 치아 278점과 고리, 단추 등 유품 33점을 발굴한 바 있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10월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인권침해'로 결론 내리고 선감학원의 핵심적인 주체인 국가가 유해 발굴을 비롯한 진실규명을 주도하고 경기도는 협조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주관 유해 발굴 사업 예산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등 국가 주도의 유해 발굴이 어렵게 돼 도가 직접 추진을 결정했다.

마순흥 도 인권담당관은 "40년 이상 장기간 묘역 방치로 인한 유해 멸실 우려 등 신속한 발굴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발굴을 통해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시설로, 8∼18세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폭행·학대·고문 등 인권을 짓밟은 수용소다.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생 다수가 구타와 영양실조로 사망했고 섬에서 탈출을 시도한 834명 중 상당수는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2018년 경기도기록관에서 4천691명의 퇴원 아동 명단이 기록된 대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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