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우
| 2022-04-07 14:23:01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바티칸 공의회처럼 대대적 교단 혁신"
'대각개교절' 간담회…지난해 '경전 회수사태' 사과
18일부터 '오프라인 법회' 복귀…"2030년 전국 교당 100% 재생에너지로 자립"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은 7일 "원불교는 교단 혁신을 위해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 산하에 '교단혁신특별위원회(혁신특위)'를 구성했다"며 "3년 동안 모든 의견을 결집해 혁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소태산기념관에서 '제107주년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전하며 "(앞으로) 3년이 중요한 기간이다. 그 첫 시점이 제107년 개교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원불교는 12년을 1회(會)로, 3회·36년을 1대(代)로 시대 구분을 한다. 개교 107주년인 올해는 4대 시작을 앞둔 중요한 시점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전 원불교 미래를 열어갈 혁신 과제들을 정하고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나 원장은 교단 혁신을 대외에 알리는 메시지를 지난해 '원불교 전서' 회수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로 시작했다.
2021년 4월 원불교는 반세기 만에 교단 경전인 원불교 전서 개정 증보판을 냈으나 심각한 오·탈자와 편집 오류 문제 등이 불거지며 내부 비판이 거셌고, 결국 이를 전량 회수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회수 사태 이후 오도철 당시 교정원장이 물러나고, 후임 오우성 원장도 불과 4개월여 만에 나 원장으로 교체됐다.
나 원장은 "작년 교단 내부에서 원불교 전서를 묶는 과정에서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언론에 충분히 사정을 드러내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며 "교정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전서 회수사태) 과정에서 교단 혁신에 대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며 "국내 종교계에서 원불교를 4대 종단 중 하나로 명명하고 있었는데, 100년을 지나오면서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누적돼 있었던 것은 혁신하고 가야겠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나 원장은 앞으로 논의해서 결정할 대표 혁신과제로 '검정 치마·흰 저고리'로 잘 알려진 여성교무의 복식(服飾) 문제, 독신 서약으로 불리는 '정녀(貞女) 지원서' 폐지 여부, 교무들의 처우개선과 인사제도 개선 등을 꼽았다.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에 국한됐던 여성 교무 복식은 양장 복식이 새로 도입되며 여성 교무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상태다.
독신서약은 내부적으로는 규정이 폐지됐는데도 여전히 찬반 논란이 진행 중이고, 교무들의 처우·인사제도 개선 역시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다.
나 원장은 이번 혁신이 마치 가톨릭교회에서 일대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에 비견할 수 있을지 묻는 말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출발한 것이다. 큰 충격이 올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이제 시작한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그는 교단 혁신과 함께 대처해가야 할 과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화 활동의 회복을 꼽았다. 3년여에 걸친 코로나 사태 속에 비대면 종교활동이 대세가 되며 현장 교화가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똑같은 교화상황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나 원장은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은 참 힘겨운 일"이라며 "교정을 맡은 저로서는 코로나 이전으로 (교화상황을) 되돌리는 것이 큰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불교는 정부 방역지침이 크게 완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오는 18일부터 코로나 이전처럼 '오프라인' 법회로 복귀하는 입장을 교단 안팎에 알리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3덜 운동'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캠페인 '원불교RE100'을 적극적으로 전개해갈 계획이다.
3덜 운동은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자'는 의미다. 이런 실천활동을 통해 2030년까지 원불교 전 교당 전력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자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는 전국 600여개 교당 중 130여개가 태양열 발전시설을 갖추고 전력생산을 하고 있다.
나 원장은 "지구살리기 '절절' 캠페인, 일회용품 사용을 절제하고, 하루 30분 전기 절약하는 운동을 3년 정책으로 지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1986년 출가해 원불교 교정원 훈련부 교무를 시작으로 교정원 교화훈련부 과장과 기획실장, 감찰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직전에는 서울 강남교당에서 교감교무를 지내는 등 교단 교화·행정업무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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