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미학…구정아 '우스모스'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상상과 감각으로 완성되는 작품 세계
리움미술관 개인전…1990년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35점 한자리

박의래

| 2026-08-31 14:18:34

▲ 구정아 초기작부터 신작까지…30여 년의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구정아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4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던 구정아가 30여 년간 구축해 온 작업 세계를 집약한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주요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2026.8.31 jin90@yna.co.kr
▲ 구정아의 작품세계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구정아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4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던 구정아가 30여 년간 구축해 온 작업 세계를 집약한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주요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2026.8.31 jin90@yna.co.kr
▲ 구정아의 '그라비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구정아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에 '그라비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4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던 구정아가 30여 년간 구축해 온 작업 세계를 집약한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주요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2026.8.31 jin90@yna.co.kr
▲ 구정아 신작 '모비우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구정아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4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던 구정아가 30여 년간 구축해 온 작업 세계를 집약한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주요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2026.8.31 jin90@yna.co.kr
▲ 구정아 'R'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구정아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에서 참석자들이 'R'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4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던 구정아가 30여 년간 구축해 온 작업 세계를 집약한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주요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2026.8.31 jin90@yna.co.kr
▲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 [리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개인전 여는 구정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구정아 작가가 3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8.3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리움미술관 야외 공간에 커다란 바위 모양 조각 하나가 놓여있다. 한참 떨어진 미술관 안쪽 벽면에는 비슷한 형태의 또 다른 바위 조각이 매달려 있다. 두 바위 조각의 이름은 '에버 바스트'.

두 바위는 하나의 작품이지만 관람객은 이를 물리적으로 한 번에 볼 수 없다.

'에버'를 볼 때는 보이지 않는 '바스트'를 상상해야 하고, '바스트' 앞에서는 '에버'를 떠올려야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눈앞의 물질과 머릿속 이미지가 작품을 완성한다.

이 작품을 만든 구정아(59)는 전시장에서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 '앎'은 눈에 보이는 대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다른 부분을 상상하고, 지나간 시간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함께 감각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리움미술관은 다음 달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구정아 개인전 '우스모스'(OUSSSMOS)를 연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리움미술관 커미션 신작까지 약 35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빛과 향, 소리, 자력과 중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를 매개로 관람객이 미술관 곳곳에서 사물과 공간의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도록 한다.

전시 제목인 우스모스는 작가가 어린 시절 만들고 1990년대부터 전시에 사용해온 신조어 '우스'(OUSSS)에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COSMOS)를 결합한 말이다.

우스는 에너지와 생명력, 물질과 존재의 변화 가능성을 담고 있어 하나의 뜻으로 고정하기 어려운 말이다. 구정아는 "친구들을 웃기고 싶어서 만든 말"이라며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데 우리끼리는 재밌었던 말"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미술관 입구에 놓인 '그라비타'로 시작한다. 스케이터의 속도와 움직임의 각도를 조각으로 옮긴 곡면 구조물이다. 조명이 꺼지면 빛을 머금었던 구조물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낸다.

그라비타 뒤로는 2분 20초 분량의 영상 작품 '테라 인코그니타'가 상영된다. 구정아가 오랫동안 상상해 온 '우스'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인데, 소리 없이 영상만 흘러나온다.

이 작품의 사운드는 2층에서 들을 수 있다. '에버 바스트'처럼 한 작품이지만 영상과 사운드가 떨어져 있어 영상을 볼 때는 사운드를, 사운드를 들을 때는 영상을 머릿속에 떠올려야 한다.

리움미술관 커미션 신작 '모비우스'(MOBIOUSSS)는 작가의 공간 실험을 물리적인 규모로 확장한 작품이다. 폭 8m, 약 6t의 스테인리스강 구조물로 가까이에서는 복잡하게 이어지는 터널이나 뒤틀린 곡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무한대 기호(∞)의 형태가 드러난다.

수학자 뫼비우스의 이름에 작가의 '우스'를 겹쳐 만든 제목처럼, 구조물은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며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이 육중한 구조물 가까이에는 1998년 작 '무제'가 놓인다. 접착제 없이 벽에 기대어 세워 둔 샤프심 57개는 작은 진동에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대형 스테인리스강 구조물과 샤프심은 규모와 물성이 극명하게 다르지만 중력과 균형, 불안정성에 관한 작가의 질문을 공유한다.

구정아는 초창기 각설탕이나 샤프심처럼 부서지기 쉬운 재료를 많이 활용했다.

그는 "물질적으로 연약하지만 강력한 산업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그저 나약하게만 봐서는 안 된다"며 "예술 재료로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공산품을 사용하고 싶어 선택한 재료들"이라고 말했다.

2005년부터 기록해온 드로잉 설치작품 'R'은 마커펜과 잉크로 그린 드로잉 1천1점과 이를 보관하는 목제 상자 77개로 구성됐다. 한 상자에 13개의 드로잉이 들어 있다.

모든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관람객은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없다. 상자는 세 공간에 나뉘어 놓이고, 벽에 걸리는 드로잉은 일부만 공개된다. 공개된 드로잉 세 점은 작가가 정한 원칙에 따라 매달 한 차례씩 바뀐다.

상자 안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1천1점의 드로잉은 작품을 완결된 이미지가 아니라 이동하고 잠재된 상태로 남겨둔다.

구정아의 전시에서는 작품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 역시 작품의 일부다.

미술관 외부 돌망태 옹벽 틈에는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이 설치됐다. 작가는 크리스털 50개를 돌 틈에 심었다. 크리스털은 관람객의 위치와 햇빛의 각도, 날씨가 모두 맞아야 순간적으로 반짝인다. 관람객이 이를 발견할 수도,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갈 수도 있다.

고미술 전시실에도 구정아의 작품 세 점이 숨어 있다. 떠 있는 돌과 부서진 돌, 크리스털로 이뤄진 작품들은 고미술품 사이에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있던 유물처럼 전시됐다. 관람객은 고미술을 보다가 낯선 돌과 빛을 발견할 수 있고, 끝내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구정아는 "작가의 비전을 관람객에게 강요할 수 없다"며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다 보여줄 수도 없다"고 했다.

구정아가 작품을 통해 던지는 질문은 시간과 변화에도 닿아 있다.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왜 1초 전과 1초 후가 같지 않을까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구정아의 작업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변화보다 지속이 먼저 보인다"며 "재료와 형식, 규모는 달라졌지만 쉽게 지나치는 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태도는 30여 년 동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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