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해야 하는데 소식없는 절임배추' 유명판매업자 먹튀 의혹

해남군 "지역 배추농가 아니다"…구매자들, 경찰에 피해 신고

차지욱

| 2022-12-15 14:17:34

▲ 김장하는 가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절임 배추 및 양념 [메가마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장해야 하는데 소식없는 절임배추' 유명판매업자 먹튀 의혹

해남군 "지역 배추농가 아니다"…구매자들, 경찰에 피해 신고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김치로 뺨 때리기 전에 어서 배추 보내세요. 고소할 겁니다."

방송까지 출연한 유명 절임 배추 판매 업자 A씨가 판매 대금을 받고 배추를 보내지 않고 잠적해 고객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모(47)씨는 지난 9일 김장 준비를 마치고 미리 주문해놨던 해남 절임 배추가 오길 가족들과 함께 기다리다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배송 소식이 없자 배추 회사에서 이용하는 택배사에 문의했더니 '배송 물품으로 접수된 절임 배추가 없다'는 말이었다.

김씨 앞에는 언니와 동생네 가족까지 총 세 집이 한 해 동안 먹을 김치를 담글 양념이 놓여 있었다.

할 수 없이 김씨는 곧장 시장으로 달려가 배추를 사 왔고 다음 날 새벽까지 직접 배추를 씻고 절여 김장했다.

김씨는 이전에도 해당 절임 배추 판매업자에게 배추를 산 적이 있다.

판매업자 A씨가 방송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A씨가 운영하는 판매 사이트에 접속해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절임 배추를 구매했다.

지난해 갑자기 사이트 접속이 안 돼 주문하지 못했지만, 올해 갑자기 A씨로부터 '절임 배추 주문을 받는다'는 문자가 왔다.

두 차례 배추를 주문하며 저장해 놨던 전화번호 그대로였고 사투리를 쓰는 말투와 목소리도 똑같았다.

김씨는 그날 A씨와 통화를 하며 절임 배추를 주문했다.

피해자는 김씨뿐이 아니다.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면 최근까지 수십 건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한 피해자는 "믿고 기다렸는데 전화기도 꺼져있고 잠적을 하면 어떡하냐"며 "김장을 하려면 재료 준비에 정성이 많이 드는데 너무 책임이 없다"고 항의했다.

다른 피해자도 "어제 배송받기로 했던 사람인데 종일 연락이 안 된다"며 "김장은 한집의 1년 농사인데 이를 하루아침에 망하게 하다니, 부자재 비용까지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환불을 요구했다.

일부 피해자는 작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A씨가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한 피해자는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작년에도 배추를 보내지 않고 잠적했던 것 같다"며 "매해 김장철마다 사기를 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각자 거주지 인근 경찰서를 방문해 피해 신고를 하는 한편 공동 대응도 고려 중이다.

A씨는 2017년 모 프로그램에 전남 해남군에서 배추 농사를 지으며 김장철 수십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인물로 소개됐다.

해남군 관계자는 15일 "관련 민원이 몇 차례 들어와 확인해보니 해당 농가는 해남에서 절임 배추를 생산하는 농가가 아니었다"며 "처음에는 여기서 생산을 하다가 중간에 유통 업체로 바꾸면서 절임 배추를 안 한 지 오래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사이트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A씨 연락처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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